책을 읽는다는 건 한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 화제의 회색인간 이후 6년 동안 수많은 책을 내신 김동식 작가님을 에세이로 만났다. 글 쓰는 기계인가? 머릿속에 글 짓는 공장이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은 책을 한 사람이 쓴다는 말인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2022년 초단편소설 1000편을 넘겼다고 한다.
에세이는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한다. 수많은 소설을 쓴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 좋았다. 곧 작가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어 꼼꼼히 읽어볼 요량으로 스터디카페에 들고 갔다가 한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한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산 영도에서 자란 작가가 어린 시절 오락실 게임에 능했다는 게 귀엽다. 돈이 없어 적은 돈으로 가장 오래 게임을 할 수 있는 비결은 실력을 키우는 것. 그 옛날 실로 게임의 천재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친구들과 해운대에 여행 갔다가 돈을 잃어버리고 라면 하나를 부수어 먹던 이야기, 떡볶이와 간짜장을 좋아하는 이야기, 달고나(쪽자) 해 먹던 이야기가 나의 추억을 퍼 올렸다. 내가 쓴 에세이와 조금은 겹치는 부분도 있어 반가웠다. 어렸을 적 천방지축이었던 점도 비슷하다. 그리고 커 오면서 내성적인 면을 갖게 된 것도. 한동안 하루 벌어 하루 살다시피 하기도 했지만 주물공장에서 일하면서 좀 나은 일상을 산다. 그렇게 10년여를 보내며 떠올린 이야기보따리를 온라인에 풀기 시작하면서 그는 일약 스타가 된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김민섭 작가의 소개로 요다 출판사에서 ‘회색인간’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요다 출판사의 대표님은 나의 오랜 블로그 이웃 한기호 소장님이셨다. 본문에서 그 부분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어쨌든 소장님께도 이 책이 효자 노릇 톡톡히 했을 것 같아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소설가의 에세이라 글 쓴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노트북도 들고나가기 무거워 PC방에서 글을 쓴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는 인쇄하러 딱 한 번 가 본 경험이 전부인 PC방에서 글을 쓰다니. 한때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에게 그 장소가 어쩌면 편안할지도 모르겠다. 한때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하던 저자는 이제 전국 방방곡곡으로 사람들을 만나 강연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아마도 그의 이런 새로운 도전들에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면 그냥 한다’는 그의 신념이 큰 작용을 했을 것 같다. 그런 도전정신을 나도 본받아야겠다. 조만간 만날 걸 생각하니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