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발전된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것

박완서 소설집

by Kelly

얼마 전 유튜브 영상 댓글에 박완서 님의 책을 소개해 주면 좋겠다는 소중한 의견을 주신 분이 있어 오랜만에 박완서 님의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 헌책방 하나에 있는 박완서 님의 책을 모두 샀는데도 만 원이 조금 넘었다.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기쁨이다. 깨끗한 헌책이 며칠 후 도착했다. 이 책은 작가의 작품들 중 그분이 예를 드신 책이라 가장 먼저 읽었다.


박완서 님은 여기저기서 청탁을 받고 글을 쓰기도 했던 모양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오롯이 자신이 쓰고 싶어 쓴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쓴 글보다는 애정이 실려 있을 것 같다. 원래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엮었는데 이 책은 그중 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작품들만 고른 거라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귀여운 그림이 함께 실려 있으니 읽기에 좋았다. 책에는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발전된 현재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너무나도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에 살면서 자연과 인정을 잃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수모를 감내하지만 돈 때문에 도둑질을 하는 형처럼 될까 봐 다시 집으로 가는 ‘자전거 도둑’의 수남이와 달걀은 달걀로 갚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시골 살이의 매력을 깨달은 한뫼, 시인의 꿈을 이루어준 소년, 좋은 집이나 돈보다 가족의 따스한 사랑과 민들레로 대표되는 자연의 소중함을 어른들에게 알려주는 ‘옥상의 민들레꽃’의 주인공, ‘할머니는 우리 편’의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할머니, 그리고 ‘마지막 임금님’의 재산과 가족과 자유마저 빼앗기고도 행복해했던 한 사나이의 삶의 자세가 통해 있다.


자전거 도둑을 제외하고 다른 이야기들은 모두 경어체로 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우화의 성격을 띤다. 자전거 도둑을 제목으로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이 작품은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으로 가득하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다. 몇 년 전 김소진 단편집을 읽고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로 동명의 소설 ‘자전거 도둑’을 꼽았었다. 한 여성이 낮 동안 자신의 자전거를 타는 것을 알고 화가 애정으로 바뀌는 이야기였다. 자동차가 흔하지 않던 시절 자전거는 많은 이들의 발이었고 그 소중함은 오늘날에 비길 바 아닐 것이다. 물질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겠지만 욕심은 욕심을 낳고 처음에 가졌던 순수함을 잃어버리기 쉽다. 남의 행복을 시기하던 마지막 임금님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우화를 읽으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 시간이었다. 현대문학의 거장 박완서 님의 아름다운 문장과 이야기들이 담긴 작품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o3Abzwcy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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