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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신의 재능, 바다

로랑스 드빌레르

by Kelly

이번 달 인문학 모임 도서로 선정한 이 책을 빌려왔다가 반납하고 다시 빌려와 다른 책을 읽느라 미루다가 반납일을 앞두고 내리읽었다. 철학과 교수이자 대중적인 철학 책을 주로 집필한다는 그는 인간의 삶을 어떤 일이 있어도 결국 흔적을 지우고 유유히 흘러가는 바다에 비유하여 이 책을 썼다.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 이 책은 우리가 ‘바다’를 생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주제들을 대부분 담았다. 대양, 밀물과 썰물, 무인도, 난파, 해적, 상어, 섬, 헤엄, 소금, 등대, 해변, 방파제, 푸른색, 닻, 선원, 빙하, 모비딕, 세이렌 등이 그것이다. 물론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있을 것이고 항구도 있겠지만 철학자의 생각에는 나열한 것들이 중요해 보였나 보다.

이 책은 무겁지 않다. 심오한 철학의 사상을 말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자기 계발서와 같은 느낌으로 ‘바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런 것이 있으니 이렇게 살아보라’고 권하는 책이다. 그 와중에 학자로서의 해박함과 새롭게 끌어온 지식들에 지적 호기심이 자극되고, 바다가 최고라 역설하는 그의 말에 설득되는 나를 발견한다.


움직이지 않는 육지보다 늘 움직이는 바다는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고 모험심을 부추긴다. 산은 움직이지 않지만 바다는 매 순간 움직이며 새로운 장관을 연출한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다에 가면 우리는 바쁜 일상을 내려놓을 수 있다. 한없이 바다만 바라보아도 좋으니까 다른 생각을 줄이게 된다. 진정한 쉼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휴가철을 맞아 ‘바캉스’라는 이름으로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해 가며 사람들과 북적이는 것에는 진정한 쉼이 없다. 로마 사람들은 유유자적하고 비생산적인 것에 몰두하며 영혼과 정신을 높이 갈고닦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방으로 떠났다고 하였다.(141쪽) 삶을 예술의 경지로 올릴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생산적이지 않은 것에 몰두하는 일, 풍요로운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나 또한 믿고 있다.


이 책에서 사르가소의 바다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해안도, 바람도, 파도도 없는 바다로 해조류로 뒤덮여 있다고 한다. 죽은 바다는 새로워질 수 없다. 인생으로 말하면 ‘후회’가 그것이라고 저자는 보았다. 하지만 나는 후회보다 머물러 있는 삶이 그것이 아닐까 싶다. 후회한다는 것은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인 물처럼 움직임 없는 바다가 많은 생물의 안식처가 되지는 못하듯 삶이 머물러 있으면 퇴보하고 썩지 않을까? 배가 조류와 바람에 몸을 맡기듯 우리는 흐름 속에 자신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닻이 없는 배는 부유하는 떠돌이일 뿐이다. 흘러가되 때에 따라 심지 굳게 닻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만간 바다 보러 가야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c3AADWHhb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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