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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y 05. 2024

<왜 핵 추진 잠수함인가> 잠수함의 모든 것 -문근식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을 극복하는 일은 경이롭지만 나에게는 두려움의 분야이기도 하다. 우주 비행이나 물속 운항이 그렇다. 특수 장비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이 두려움을 준다. 그럼에도 첨단 기술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놀랄 일이다. 이 책이 나에게 그랬다.


깊은 바닷속, 볼 수도 육지와 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세계 각국의 잠수함 기술력은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독일에서 들여온 재료를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는 우리 기술로 잠수함을 건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잠수함을 보유하려는 나라들의 수주를 따내기 위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온 2016년 당시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들 필요는 느끼고 있지만 아직 착수하지 못했다.


책을 남편의 지인 교수님으로부터 받아 읽었다. 처음에는 신간인 줄 알았다가 대부분의 자료가 2016년 이전임을 알고 뒤를 보니 그때 나온 책이었다. 지금은 기술이 더 발전했겠지만 이 책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좁은 잠수함 내에서 침대를 공유하며 24시간 멈추지 않는 세상.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깊은 바닷속에서 때로는 적과 마주치기도 하고, 적을 감시하기도 하고, 어뢰를 발사하기도, 맞기도 하는 잠수함의 운명을 만나며 안타까운 마음과 긴장감도 느꼈다.


책에는 잠수함 내부 구조와 잠수함의 크기와 종류, 그에 따른 성능, 핵 추진 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의 차이, 첩보 수집, 추격전, 잠수함 사고나 어뢰 공격에 침몰한 이야기, 화재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다른 잠수함이 구출한 이야기 등 전문적이고도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천안함에 대한 내용과 북한이 만든 SLBM의 위협과 대책도 다룬다. 바닷속에 숨어 영토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위치를 알 수도 없다는 것은 무서운 일인 것 같다. 이를 막기 위해 속도가 빠른 핵 추진 잠수함이 꼭 필요하다. 잠수함을 추적하며 감시하다 SLBM 발사 징후가 보이면 바로 격침시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발사를 막지 못한다면 이지스함 SM-3으로 요격한다고 한다. 현재 미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킬체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동안 잠수함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나에게 이 책은 강한 인상을 주었다. 오랜 잠수함 승선 경험과 자료 수집으로 이런 방대한 책을 쓰셨다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금녀 구역이었던 잠수함에 여승 승조원이 타게 되었다는 내용이나 물을 아껴야 하고 자연의 공기와 달라 쾌적하지만은 않은 잠수함 내 생활, 디젤 잠수함은 일정 시간마다 해수면으로 떠올라야 한다(핵잠수함은 물속에서만 오랜 시간 있을 수 있어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적고 속도도 훨씬 빠르다)는 것과 같은 내용들이 재미있었다. 책을 쓰신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그간의 변화와 발전이 엄청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잠수함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된다면 전보다는 흥미롭게 읽을 것 같다.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두꺼운 감은 있지만 그림이 많고 설명이 자세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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