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일정이 빽빽한 날이었다. 콘서바토리에서 지난주에 실내악 교수님이 갑자기 금요일에 있을 위클리 연주회에 실내악도 함께 연주할 수 있다고 하셔서 덜컥 신청을 해 놓고 그동안 조금은 게을리했던 베토벤 스프링 소나타 연습에 며칠 동안 매달렸다. 목요일 일정이 많았지만 취소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왔다 갔다 무척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학교에 갔다가 연습을 조금 하고, 6년 만에 반가운 선생님을 만난 후, 금요일 연주를 위해 미용실에 다녀와 저녁을 간단히 먹고,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님의 신작 ‘나의 돈키호테’ 북토크에 갔다. 만나고 싶었던 작가님을 볼 수 있는 북바이북이 동네에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무리 바빠도 뺄 수 없는 일정이었다.
작가님이 금세 유명해지신 줄 알았더니 시나리오 작가와 소설가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불편한 편의점’이 인기를 얻은 것임을 알았다. 시나리오 작가와 초기 소설들은 ‘망원동 브라더스’를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소설을 그만 써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토지문학관과 스페인 작가 교환 프로젝트에 당첨되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3개월 머무는 동안 이번 작품의 로그라인을 생각해 오셨다고 한다. 한국에 들어와 그 책을 쓰기 전 조금은 빨리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쓴 것이 몇 년 전부터 구상했던 ‘불편한 편의점’이었고, 출판사도 정하지 않고 쓴 소설을 ‘나무옆의자’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어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은혜를 입으면 갚고자 하는 성품을 지닌 작가님은 스페인에서 받은 혜택을 글로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읽는 동안 정성스럽게 쓰셨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이 북바이북 세 번째 북토크라고 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이 팔리지 않았던 ‘연적’과 ‘고스트 라이터즈’의 북토크를 했었다. 저번에 북바이북 사장님과 대화 중에 김호연 작가님 북토크 하면 어떻겠느냐고 여쭈었더니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 부를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얼마 후 모시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셔서 내가 다 기뻤던 기억이 난다. 김호연 작가님의 이런 마음이 책에 고스란히 스며있어 독자들이 따스함을 느꼈기 때문에 책이 사랑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 있었는데 연습할 생각으로 마음이 급해 마음에만 담고, 작가님 사인도 받지 못하고 집으로 왔다. 북바이북 사장님이 대신 사인을 받아주신다고 해서 그 또한 감사했다. (나중에 사진으로 보내주셨다. 감사합니다!) 작가님을 뵙고 나니 이분의 작품을 더 찾아 읽고 싶어졌다. 작년엔가 ‘김호연의 작업실’을 재미있게 읽고 리뷰를 썼는데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는 아직 읽지 못해 그 책과 다른 책들을 북바이북에 주문했다. 조만간 만날 것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