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블로그 이웃이자 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 동문인 솔나무님께 동인지 수필 오믈렛과 함께 이 책을 받았다. 문우의 책이라고 하셨다. 새빨간 거짓말이 아닌 주황색 정도의 거짓말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90을 넘긴 귀남 여사(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책 제목으로 골랐다. 귀남 여사의 굴곡진 삶에 대한 아련한 찬사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한 남자의 소실로 호적에 동거인으로 남은 귀남 여사에게는 자녀가 여섯이 있다. 셋은 마산에서, 저자를 포함한 셋은 화천에서 낳았다. 남편을 떠나 먼 곳에서 자리 잡은 귀남을 물어물어 찾아온 아버지. 상상할 수 없는 그들만의 사연을 책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멋진 군인 자녀가 득실득실한 화천의 한 학교에서 허름한 차림새로 기죽어 살던 명희(저자의 과거 이름)에게 ‘맹자 조카’라는 별명으로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 주었던 5학년 담임 선생님과 같은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걸출한 입담의 경상도 사투리가 투박한, 유머러스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나 싶었더니 앞쪽 이야기들이 그렇고 뒷부분은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가난으로 고등학교에 바로 진학하지 못하고, 열일곱의 꽃다운 나이를 머나먼 타지 공장에서 일하며 보낸 저자의 어린 날이 애처롭게 다가왔다. 봄빛 바람, 새빨간 현생, 하얀 눈물, 보랏빛 마음자리, 파르스름한 욱, 노란 내일의 각 장이 색으로 나뉜 것이 이색적이다.
동문의 글은 소박하고도 다채로웠다. 평소에 들어본 적 없는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곳곳에 박혀 글을 빛나게 했다. 짧지 않은 인생의 굵직한 기억들이 묵직한 무게로 책에 내려앉았다. 책 뒷부분에 애정을 담아 자세히 써 내려간 임헌영 교수님의 글이 반가웠다. 첫 산문집이라는 이 책이 많은 분들께 사랑받기를 바란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옥석 같은 문장을 엮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