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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ul 24. 2024

새로운 도전 - 그림

또다시 새로운 목표가 생길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 나의 마지막 목표 중 하나가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이었다. 원래 계획은 은퇴 후 한쪽에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올해 연구년을 보내면서 지금 아니면 언제 배우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3월엔가 집 근처 미술학원을 알아봤었다. 집 바로 앞 블록 상가에 성인반이 있다고 되어 있어 문의 전화를 했었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만 수업이 있다고 하셔서 콘서바토리 수업과 겹쳐 방학 때 간다고 하고 포기했었다. 며칠 전 그 건물에 다른 일로 갔다가 벽에 붙은 ‘성인반 모집’ 광고 포스터를 보고 다시 용기를 내었다.


선생님과 시간을 조율하여 월요일 오전 11시로 정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물감과 붓은 일단 선생님 걸 쓰고 종이와 연필, 지우개는 내가 사서 가져가기로 했다. 찾아보니 집에 지우개와 2B, 4B 연필이 있어 챙기고, 종이는 선생님이 공유해 주신 것으로 여러 곳에 검색해 가장 저렴한 곳에서 구매했다. 종이 도착 날짜가 월요일 오전이었지만 내가 나갈 때까지 택배가 오지 않아 죄송하지만 선생님께 종이를 빌렸다.


미술학원에 들어가니 앳되어 보이는 선생님이 막 출근을 해 에어컨을 켜고 계셨다. 나에게 삼각뿔 모양의 커피우유와 엄마손 파이 과자를 주셨다. 종이를 안 가져왔다고 했더니 한 장 남은 종이를 주셔서 선생님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부전공으로 수채화와 유화를 하긴 했지만 수십 년 만에 다시 하니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칭찬을 잘하시는 선생님이 스케치를 10분 만에 잘했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물감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림 크기가 작아 연필 잡듯 붓을 잡고 조심조심 색칠했다. 선생님처럼 한 번에 아름다운 색감을 내기는 어려웠지만 최선을 다했다.


한 시간 만에 그림을 완성하고 새로운 걸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 작은 종이밖에 없으셔서 화면에 가득 차게 그렸다. 작은 거라 두 시간 만에 두 개 다 거의 완성을 했다. 선생님이 조금 수정해 주시고, 연필로 마무리해 주셨다. 처음인데 잘한다며 계속 칭찬을 해 주셔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나도 내년에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야겠다. 가족 단톡방에 올리니 남편과 아이들이 대단하다고 해 주어 힘이 났다. 다음 주에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동물이나 사람은 그려본 적이 별로 없어 걱정되긴 하지만 선생님이 잘 이끌어 주시니 열심히 재미있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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