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도예 수업 예정이니 흙이 묻어도 되는 옷을 입고 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혹시 몰라 일단 물감을 짠 팔레트와 붓, 종이, 연필을 다 들고 갔다. 도착하니 선생님이 흙과 작은 물레를 꺼내놓으셨다. 앞치마를 입고 떼어주시는 흙을 치댔다. 작가님들이 쓰시는 고급 흙이라고 한다. 색이 하얗고 입자가 아주 곱다. 철이 들어있어 중간에 까만 점이 보인다. 물을 섞어 가며 흙을 주물렀다. 공기를 빼는 작업이라고 하셨다. 처음 만드는 거라 그나마 만들기 쉬운 컵을 만들기로 했다. 한참을 주무른 후 둥글고 평평하게 만들어 원을 잘랐다. 컵의 밑면이 될 것이다. 가마로 구우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수축해 생각보다 많이 작아지니 크게 만들라고 하셨다. 나중에 보니 사발만 했다. 정말 작아질까 궁금했다.
길고 납작한 띠를 만들고 옆선을 사선으로 잘라 원 위에 붙였다. 붙이기 전 원 부분에 칼집을 내어 잘 붙게 만들고, 흙과 물을 섞은 흙풀을 붓으로 발랐다. 떨어지지 않도록 경계면을 단단하게 연결하는 작업이 오래 걸렸다. 컵이 너무 두꺼우면 입 닿는 부분이 불편할 것 같아 얇게 펴 주었다. 대신 컵이 바깥으로 기울지 않도록 밖에서 손으로 잡아주었다.
선생님에 비해 내 반죽이 자꾸 갈라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손을 만져본 선생님이 손에 열이 많아 반죽이 건조해진다고 하셨다. 몸에 워낙 열이 많은 편이라 손에도 열이 많은가 보다. 도예 초보인 탓도 있을 것이다. 물을 묻혀 가며 겨우 첫 단을 쌓고, 둘째 단도 올렸다. 바로 다음 단을 올리면 아래층이 무너질 수 있어 선풍기에 살짝 말리는 동안 손잡이를 만들었다. 컵에 디자인을 하라고 하셔서 나뭇잎 모양의 손잡이를 그렸는데 실제로 만들어 보니 너무 어려웠다. 두꺼워서 손으로 잡기에도 불편할 것 같았다. 평범한 손잡이 위에 작은 나뭇잎을 올리기로 하고 그냥 둥글고 가늘게 만들었다. 처음 붙인 걸 자꾸 손을 댔더니 중간이 뚝 끊어져 다시 만들었다. 다 만들고 정리하니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나 있었다.
원래 학원 방학이라 안 나오셔도 되는데 나 때문에 나오신 선생님. 시간까지 오버되니 너무 미안했다. 만드는 동안 찍으신 사진을 많이도 보내주셨다. 돈이 아깝지 않은 미술시간. 이번에 배운 도예 수업 역시 앞으로 학교에서 아이들과 미술 수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작품을 어디에 가져가서 굽나 했더니 학원 안에 작은 가마가 있었다. 우연히 찾은 집 앞 미술학원이 참 내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