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Jul 26. 2024

<<폭풍의 언덕>> 교육의 중요성 - 에밀리 브론테

100년 전, 친구 없는 시골 황무지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웃과 정이 들어 결혼하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린턴 집안과 언쇼 집안에 얽힌 가족관계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 두꺼운 책에는 인물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폭풍의 언덕과 티티새 지나는 농원이라는 두 저택, 그리고 축축하고 황량한 언덕이 주 무대이다.


책으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계속 놀라며 읽었다. 록우드가 주인공이 아니라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이라는 것도, 하녀 넬리가 이야기 전체를 들려주는 것도, 한 세대가 아닌 두 세대에 걸친 이야기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책의 읽다가 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았다. 1부까지의 이야기인 데다가 인물의 성격이나 에피소드가 책과 많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1부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이야기 2부는 그들의 자녀 이야기이다. 두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넬리와 악랄하고도 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히스클리프 그리고 60년을 한 집안을 위해 일한 하인 조지프(영화에서는 조셉)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별로 말이 없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으나 책에서는 히스클리프조차 대사가 짧지 않다. 하녀 넬리의 기억력과 이야기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물론 그녀의 입을 빌어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넬리의 이야기는 경어로, 록우드의 말은 반말로 번역되어 있다.


이들의 기구한 사랑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되기보다는 한걸음 떨어져서 지켜보는 입장으로 책을 읽었다. 이들의 불행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안전함과 격정, 나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좋아하면서도 안락함을 위해 다른 사람과 결혼한 캐서린이 문제일까, 아니면 데려오지 말았어야 할 히스클리프를 데리고 들어온 게 잘못일까? 그도 아니면 교육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일까? 사람을 복수의 대상으로만 보던 히스클리프는 죽음을 앞두고 그 모든 것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 사람은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을 따스한 마음을 가진 넬리가 책 전반에 걸쳐 알려준다. 히스클리프를 처음 만나 키웠던 그녀는 그의 악행에도 애처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는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두 세대에 걸친 이 이야기에는 사랑과 증오, 복수, 죽음을 비롯해 ‘교육의 중요성’도 녹아 있다. 히스클리프가 제대로 인정받고 교육을 받았다면 어떤 인물로 자랐을까? 힌들리의 아들 헤어턴이 방치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서로 증오하던 캐시와 헤어턴이 마지막에 화합하는 것을 보며 그래도 완전한 비극은 아닌 것 같아 안심하며 책장을 덮었다.


일생일대의 작품을 남기고 서른에 일찍 생을 마감한 에밀리 브론테를 생각했다. 목사의 딸로 많은 형제자매 사이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을 어린 시절과 힘들었던 학창 시절, 언니, 동생과 시와 글을 쓰며 학교를 세울 꿈을 꾸던 작가는 대작을 남겼다. 이 책의 수정 작업을 언니인 샬롯이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녀의 작품 <제인 에어>도 오래전 영화로만 만난 후 사놓고 아직 읽지 못했다. 조만간 펼칠 것 같다. 금기와 규율의 분위기에서 자란 자매가 이런 작품들을 썼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문학의 씨앗은 집안에 넘쳐나던 책이었고, 영양분은 어린 시절 헤매곤 했을 요크셔 벌판이 아니었을까?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alCRWGImeUo


매거진의 이전글 <기묘한 골동품 서점> 런던 고서점 - 올리버 다크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