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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ug 07. 2024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나이, 글, 그리고 선택

임경선

이분의 책을 몇 권 읽었다. 군더더기 없는 진솔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얼마 전 유튜버 히조 님이 개업하신 책잎 책방에 책 읽으러 갔다가 구입했다. 작가가 들려주는 책 쓰기에 관심이 갔고, 내 또래처럼 보이는 이분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책을 들고 음악회에 오가는 버스에서 읽었다. 이번 책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나이에 대해, 작가의 삶에 대해, 그리고 인생의 선택에 관해 적고 있다. 그중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당연히 글쓰기에 관한 부분이다. 나이에 대한 관점도 재미있었다. 나이 포기파와 나이 의식파, 의식파를 다시 안티에이징파와 자연주의파로 나누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작가 자신은 에이지리스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을까 싶긴 하다. 나이 드는 것을 크게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중심이 잘 서 있는 사람, 나이 드는 것을 겁내지도 으스대지도 않는 사람, 정직하고 자유로운 사람이다. 나를 포함해 누구나 그렇게 나이 들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다.


이분이 하루키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티를 많이 낸다. 심지어 그녀는 하루키처럼 러닝도 하고 있다. 마라톤 나갈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달리고 있다. 하루키가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책을 내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저자는 앞으로 계속 책을 냄으로 나를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하루키 같은 영감을 줄 것이라 믿는다.


학창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고 병으로 학업도, 직업도 중도에 포기한 그녀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으셨겠지만 재발하는 병 때문에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학업과 직장을 그만둘 정도로 아팠으니. 그런 그녀에게 글쓰기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이 책에 소개된 것만 스무 권을 썼으니 정말 대단하다. 게다가 장르도 다양하고 소설도 썼다는 게 멋지다. 자신의 책으로 드라마를 쓰기도 했다는 걸 보고 놀랐다. 쓰다 중단한 드라마 제목을 찾아보니 책만 있고 드라마는 없었다. 드라마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그 작업을 통해 생명력 넘치는 대사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그녀의 말이 멋지다.


글을 쓰는 일은 때로 멋지게 보이고, 책이 잘 팔리면 더 그렇다. 하지만 실상은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고 엉덩이의 힘이 필요한 일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남에게 읽히는 그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감내할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고난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다. 물론 그 끝에 밝음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지만. 선택에도 글쓰기 이야기가 있다. 드라마를 쓸지 말지 고민했던 이야기 중에 나오는 사진 하나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면별로 포스트잇을 잔뜩 붙인 벽을 보며 드라마를 이렇게 쓰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소설 쓰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떤 책이든 읽는 동안 어떻게든 무엇이든 도움이 된다. 그러니 어찌 책을 멀리할 수 있겠는가?


여담이지만 즐겨 가는 카페 주인 분께 내 책을 드린 일이 있는데 며칠 후 그곳에 갔다가 내 책을 읽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보았다. 어찌나 반갑던지. “제 책이에요 “하고 말해버렸다. 아 그래요? 그분의 대답. 그냥 말하지 말 걸 그랬나? 그분도 그 안에서 무언가 얻으시는 게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 책을 쓴 임경선 작가님의 마음도 그랬을 거라 짐작해 본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0IPPVZQvr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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