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러리 영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셨다. 받고 보니 당시 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책이었다. 얼마 전 교감선생님으로부터 내년 업무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태어나 생각도 해보지 못한 교무부장이었다. 다른 부장도 많이 해보지 않은 내가 그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잠시 동안 학교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일을 하겠다고는 했던 게 후회되기도 했다. 게다가 3~6학년 체육 전담교사를 부탁하셨다. 태권도를 하고 있고, 오래전 체육 전담을 1년 동안 하긴 했지만 체육 수업만 전문적으로 할 수 있을까?
도전을 즐기는 나라고 새롭게 주어진 놀라운 역할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는 없다. 잠깐의 고민 끝에 교감선생님께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산란하여 여기저기 헤매다가 새로운 경험을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혹시 아는가? 체육 전담교사로서의 소회를 담은 책을 쓸 수도 있고, 시중에 하나도 나와 있지 않은 교무부장에 대한 첫 책을 쓰게 될지. 혼란스럽던 당시 나에게 이 책이 다가온 건 운명이었다. 가면증후군. 내가 가져왔고,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가면증후군은 ‘자신에게 지능도 능력도 부족하다고 일관되게 믿는 것’이라고 하였다.(33쪽) 남자보다 여성의 경우 더 많다고 한다. 게일 매슈스는 성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조사 대상의 70퍼센트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경험한다고 하였다. 메릴 스트립도 “누가 날 영화에서 보고 싶어 하겠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니. 저자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건 그럴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지금까지 내가 이룬 것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럴 만하기 때문에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앞으로 맡게 될 일들 역시 그럴 만한 능력을 갖췄다고 믿어야 한다.
스탠퍼드대 연구원인 캐럴 드웩은 <마인드셋>이라는 책에서 ‘성장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했다고 한다.(172-173쪽) 성공은 타고난 지능이나 재능도 있겠지만 평생에 걸친 학습과 능력이 쌓여 이루어진다는 것, 성장 마음가짐을 지닌 사람은 도전에서 낙심하기보다 오히려 노력을 더 기울인다는 것,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부족하다고 자책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난 자격 없어’ 대신 ‘경험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그 역할에 맞게 성공할 능력이 있다’라고 생각하라는 말이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우리를 강하게 밀어붙인다. “될 때까지 되는 척하라.” 척하다 보면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겸손하기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미 이룬 것처럼 행동하라는 말일 것이다. 이것은 남을 속이라는 것보다 자신에게 당당하게 그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것에 방점이 있다.(333쪽) 이 책을 쓰던 저자의 비전보드 한가운데 <오프라 윈프리 쇼>의 사진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언젠가 그 쇼에 나가 인터뷰할 자신을 매일 그려보았을 것이다. 그녀는 꿈을 이루었을까? 바다 건너 이곳에서 번역본을 냈으니 아마도 꿈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갔을 것이다. 나의 비전보드에는 무엇을 붙일까? 즐거운 고민을 해보아야겠다.
* 위 책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