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블로그를 시작했던 해인 2013년에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서 다음에 사서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다고 블로그에 적혀 있었다. 그걸 11년이 지난 후에야 실천했다. 이번에 글쓰기를 영어 원서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을 무렵 이 책을 다시 만난 것이다. 한글 책과 원서를 같이 주문했는데 한글 책이 먼저 와서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전에는 양장본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작고 도톰한 문고본이었다.(헌책이다.) 여행지에 들고 다니기에 좋았다. 원서는 생각보다 너무 얇아서 놀랐다. 요약본은 아니기를...
책에는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이 적혀있지는 않았다. 대신 글 쓰는 사람의 자세나 마음가짐, 습관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다른 무엇도 하기 전에 먼저 글을 쓰라는 조언이었다. 일어나서 이것저것 할 일들을 하다 보면 정작 글을 쓰고 싶을 때 마음이 산란하여 쓸 게 생각 안 날 때가 많다. 일어나서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먼저 쓰고 하루를 시작하라는 것을 실천해 보려고 이 책을 읽은 날 밤 수첩과 공책을 베개 옆에 놓고 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어슴푸레한 빛에 아무 거나 막 지어내서 써 보았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났는데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오르더니 평소에는 전혀 쓰지 않았을 것 같은 글을 좀 썼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날만 그랬나 하고 다음날도 수첩을 놓고 잤다. 역시 같은 인물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적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다음 날은 깜박하고 수첩과 연필을 꺼내놓지 않았는데 공교롭게 꿈을 세 개나 꾼 게 생생하게 기억이 나 핸드폰 메모장에 요약해서 적어두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하는 글쓰기는 상상력을 키우고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데 아주 좋은 습관인 것 같다. 도러시아 브랜디에게 감사를!
저자는 작가의 역량을 가다듬는 방법으로 책을 두 번 읽기를 권한다. 처음에 가볍게 읽은 후 책에 나오는 것들을 정리해 본다. 다시 읽으면 처음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찾게 된다. 적극적인 독서 방법이다. 지금까지 두 번 읽은 책은 이 책을 비롯해 몇 권 안 된다. 앞으로 좋은 작품은 두 번 읽도록 노력해 보아야겠다.
책은 작가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자신의 책을 쓰는 동안에는 다른 영화나 책을 보지 않는 게 좋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책을 달고 사는 나에게 가능한 일일까 모르겠다. 아마도 나만의 스토리를 꾸미고 가꾸어야 하는 시기에 다른 잡다한 것들이 들어오면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니 그걸 경계하라는 말일 것이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책을 즐겨 읽지만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앞으로 이야기 글을 쓸 때는 조금 자제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다.
나와 다른 스타일의 책도 읽어보라는 말도 적혀 있다. 내 취향이 아니면 멀리했던 나에게 도전이 되는 말이다. 그동안 읽지 않았던 스타일의 책들도 접해보아야겠다. 무엇이든 어디에서든 배울 게 있을 테니.
두 번을 읽었는데도 핵심적인 내용 외에는 또 가물가물해져 간다. 그래서 이런 책은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소위 소장 가치 있는 책.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