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헤밍웨이
여러 번 읽은 노인과 바다. 사실 글쓰기 책 외에는 헤밍웨이의 다른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 유명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아직 읽지 못했다. 조만간 만나보고 싶다.
이 책에는 그의 단편, 중편소설 7편과 에세이 한 편, 그리고 노벨상 수상 연설문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문체와 이야기 이어가는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저처럼 하드보일드 문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희소식이다. 하늘색의 독특한 하드보드 표지가 소장 가치를 느끼게 한다.
이 책 속 짧은 소설들은 굉장히 강렬하다. <인디언 부락>은 실제로 작가가 어렸을 때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는데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생명 탄생과 죽음이 적나라하게 비교되어 드러난다. <깨끗하고 밝은 곳>은 어둠이 싫은 외로운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잠들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밤 속 불빛을 찾아다닌다는 이야기이다. 화려한 밤 문화가 비단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습만은 아닌가 보다.
<빗속의 고양이>는 이탈리아에 여행 온 미국인 부부에 대한 이야기인데 네 번의 결혼을 했던 헤밍웨이는 행복한 부부 사이보다 미묘하게 미워하고, 질투하고, 때로 잔인하거나 무관심한 부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나는데 남편이 보는 데서 잘 생긴 남자와 애정 행각을 벌이는 아내의 모습이 나온다. 동물을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는 야성적인 모습이 그의 작품에는 자주 등장한다. 헛된 야망 끝에 오는 절망 혹은 죽음이 실제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노인과 바다>는 참 잘 쓴 작품이다. 수없이 많은 퇴고를 거친 결과라는 이야기가 있다. 잡은 청새치와 이야기를 나누는 산티아고, 상처로 인해 상어 떼를 부르는 생선, 한 번 뜯긴 죽은 고기가 풍기는 피 냄새, 그리고 다시 몰려드는 상어 떼. 그 상어 떼와 또 한 판 승부. 인간과 자연, 전의와 상실감, 노인과 소년의 우정이 마음을 흔드는 뛰어난 작품이다.
누군가는 노인과 바다보다 더 좋아하기도 하는 <킬리만자로의 눈>은 사소한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남자와 그 곁을 지키며 자신들을 구하러 오기를 기다리는 여자의 이야기인데 죽음에 가까워지는 남자를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가볍게 여기기도 하는 여자의 모습이 다른 작품에서 나오는 커플들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죽음에 대한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군인이기도 했고, 저널리스트이기도 했던 헤밍웨이는 자신의 경험을 녹여 소설 7편, 단편 소설집, 그리고 논픽션 작품을 썼다. 특히 전쟁을 겪은 그는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전쟁 중 겪은 이야기를 잘 그려냈을 것이다. 조만간 만나보고 싶다. 작가의 고충에 대해서는 <킬리만자로의 눈>이나 <스콧 피츠제럴드와 함께 떠난 리옹 여행>에서 엿볼 수 있다. 글쓰기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작가의 문체와 서사 방식을 익히기 좋은 교과서 같은 책이 될 것이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597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