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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단련>> 자기 신뢰 - 한덕현, 김아랑

by Kelly

이 책을 받고 책장에 꽂아둔 채 시간을 보냈다. 같이 온 다른 책을 먼저 읽다가 며칠 전 발견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펼쳐 읽기 시작했다. 운동선수의 마음 단련에 대해 궁금했던 건 마음을 단련시키는 일이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상에서 늘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살면서 멘탈이 흔들린다, 멘탈이 강하다, 하는 말들을 듣게 된다. 과거의 나는 자타 공인 유리 멘탈이었다. 시험 날에는 다리 통증에 시달렸고, 바이올린을 들고 선 무대 위에서는 사시나무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꼈다. 내 생각에는 태권도를 하면서부터이다. 얼마 전에는 멘탈이 강하다는 말을 난생처음 듣기도 했다. 아직은 한없이 부족하다는 게 나의 입장이지만.

정신과 의사와 금메달리스트의 콜라보로 이 책이 탄생했다.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을 한 순간에 보여야 하는 선수들의 스트레스는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거라 짐작해 본다. 남이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하게 되는 운동선수들은 보통의 마음으로는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정신적인 상담이나 멘토가 더 필요한 것 같다. 선수들을 이끄는 팀에서는 보다 나은 성적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이 전문가로부터 멘탈 관리를 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운영할 것 같다. 선수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곧 팀의 결과로 이어지기 대문이다.

거대해 보이는 선수들의 이면에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 아기가 숨어 있다. 자기 자신을 믿고 신뢰하지 않으면 두려움이라는 괴물이 언젠가 선수를 잠식하게 된다. 선수들은 작은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한 자세로 묵묵히 훈련에 임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자만과는 다른 자기 신뢰를 가진 사람은 다른 이의 성공을 질투하기보다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 부러움이 또 다른 목표를 이루게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틈 날 때마다 몸을 움직여 훈련하는 선수나, 일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나 꼭 필요한 게 휴식이다. 아랑 선수가 말한 운동과 취미의 적절한 배분이 인상적이다. 운동을 하다가 능률이 오르지 않으면 공부를 하고, 그러다 지치면 유튜브를 한다고 하였다. 그러다 보면 운동이 하고 싶어진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하루 종일 눈이 빠지도록 일을 하고, 저녁에 바이올린이나 태권도를 하는 동안 일에 대한 생각을 싹 잊어버리고 나면 다음날 다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샘솟고 출근이 괴롭지 않다. 심신이 지쳤을 때는 책이 나를 회복시킨다. 사실 지금은 취미생활이 과하긴 하지만 적절히 균형 있게 살아간다면 지치지 않는 힘을 각각에게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부록에 리더의 자세가 나온다. 긍정적인 자세로 일관되게, 한 번에 조금만 조언을 하고, 상대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활약할 기회를 준다면 어느 자리에서든 존경받는 리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나서기 싫어하고, 주목받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책임 있는 자리에 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군가의 리더가 되어야 할 때 적어도 원망받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긍정, 일관성, 큰 귀, 기회 제공'을 기억해야겠다.

— 본문 내용 —

-진료실에서 많은 사람과 마주하면서 나는 두려움이라는 괴물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자기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경기 능력에는 자기 신뢰(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거라는 무조건적인 믿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게 하겠다는 각오)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57쪽)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다. 불안을 조절하기 위한 첫 단계는 ‘받아들임’이다. 스스로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70쪽)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나쁘다면 거기까지 받아들이고 그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아직 실력이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런 태도는 패배자의 자기 위안과는 다르다. (83쪽)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막연한 기대심리만으로 문제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소망적 사고’를 하는 사람일 뿐이다. … 소망적 사고보다 더 비현실적인 사고는 ‘마술적 사고’라고 한다. (85쪽)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은 틀렸다. 나는 반대로 말하고 싶다. “안 부러우면 지는 거다.” 타인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욕망이 없거나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하고만 관계를 맺으며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러움은 더 큰 세상,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곁에 두어야 할 중요한 심리적 자원이다. (168-169쪽)

-김아랑 선수는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선수로서의 시간과 선수가 아닌 시간이 자연스레 분리됐다. 김 선수는 이것이 “운동할 때 집중력을 높여줬다”라고 말한다. ‘운동이 안 풀릴 때 대학원 과제나 공부를 하면 이게 좀 재밌어요. 그런데 과제가 안 풀리면 ‘그래, 이거보다는 운동이 낫지’ 이러면서 운동을 가요. 그럼 운동 다녀와서 ‘역시 운동은 힘들어. 공부나 하자’ 하면서 공부하고, 동도 대학원 일도 잘 안 풀릴 때는 유튜브 촬영을 해요. (211쪽)

-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균형 있는 삶이 중요하다.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휴식이다. (217쪽)

-좋은 리더는 언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이야기하고, 언제 지켜봐 줘야 하는지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 (237쪽)

-조직과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리더의 비결 (256-260쪽)

첫째, 같은 이야기도 긍정적으로 말한다.

둘째, 코칭을 받는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하며 말한다.

셋째,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넷째, 타당한 목적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지시한다.

다섯째, 코치진이 사용하는 언어와 훈련법의 목표가 일치한다.

여섯째, 피드백을 적극 활용한다. (선수가 코치에게 주는 피드백도 중요) -상대를 돕는 마음

일곱째, 코칭을 받은 사람에게 꼭 기회를 부여한다. (심리 치료보다 효과적인 건 경기 출전 기회)

-불안해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들은 일종의 강박이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다. 자신이 정해놓은 ‘완벽한 상태’를 얻고자 작은 행복이 숨 쉴 틈조차 만들어놓지 않은 것이다. (262쪽)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뉴욕양키스의 전설 요기 베라 (264쪽)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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