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 책들을 다시 읽고 있다. 이 책은 처음 읽는다. 소확행이라는 말을 한동안 유행시킨 책이라고 들었다. 자신이 쓴 글이 국경을 넘어 다른 이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다들 글을 쓰나 보다.
작가는 한동안 본국을 떠나 여러 나라를 전전했다. 헤밍웨이나 헤르만 헤세를 비롯해 많은 작가들이 타지에서 주옥같은 글을 썼다.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낯선 곳에서 지내게 되면 왠지 작은 것 하나도 소중하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해도 집과 학교만 오갈 때보다는 강원도 고성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더 많은 걸 느끼고 적곤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작 하루키 자신은 그게 큰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많은 책을 외국에서 썼지만 본국에서 쓴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의 외국에서의 생활은 참 여유롭다. 아마도 글을 쓰는 동안은 치열할지 모르나 그가 즐기는 쉼의 일상은 부럽기가 그지없다. 하루 종일 수영을 하고, 맛있는 걸 먹고,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고양이 사진을 찍고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하루하루 말이다. 어쩜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까?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데 너무 빡빡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쩌면 그의 이런 여유 사이에 치열한 작업시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 작품을 끝내기까지 자신과 얼마나 큰 전쟁을 치렀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마라톤과 고양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의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요즘 펼쳐지는 마라톤 열풍에 하루키가 아주 조금은 기여했을 것이라 믿는다. 하와이에서도, 보스턴에서도 그는 달린다.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작가라 할 수 있다. 그가 달리는 이유가 글을 잘 쓰기 위함이라는 걸 다른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마라톤이라. 그럼 나는 글을 잘 쓰기 위해 태권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책을 읽다가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아주 조금 더 행복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고된 노동 뒤에 찾아오는 달콤함을 누리는 일이야말로 소확행이다. 그게 운동일 수도, 동물이나 식물일 수도, 또 다른 취미생활일 수도 있다.
하루키가 오랜 방랑을 끝내고 지금은 일본에서 살고 있을까? 집 앞에 세워둔 차를 도둑맞고, 비싼 돈을 들여 차를 빌리고, 바퀴 다 빠진 차를 수리해서 다시 데려오고, 외국어로 피곤한 일처리를 하는 일들을 지금은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의 글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최근작들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가 하루키의 나이를 걱정하는 걸 보았다. 더 많은 작품을 남기기를 바라는 거겠지. 다작 작가라 다행이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