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정말 친절하고 착한, 멋진 주무관님이 계신다. 아무것도 없던 신설학교를 2년 만에 없는 게 없는 지금의 학교로 만든 분들 중 한 분이다. 올해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때 나에게 두껍고도 예쁜, 멋진 사진과 진솔한 글로 가득한 책을 수줍은 얼굴로 건네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을 낸 동지로 마음이 통했다고나 할까? 맛있는 걸 서로 조금씩 챙기며 우정을 나누었다. 승승장구하여 승진도 하시고, 이번에 다른 학교에 계장님으로 발령을 받으셨다. 그렇게 바쁜 중에 또 한 권의 책을 내시다니 정말 대단하다 싶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입이 벌어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행정직의 고난을 책을 통해 만났다. 그게 아니면 행정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이분이 두 번째로 만든 다른 이의 책이 바로 교육행정직의 애환을 담은 <오늘도 고행? 아니, 교행>이라는 만화책이었다. 학교 일만으로도 벅찬 삶일 터인데 퇴근 후에는 배움의 자리로 간다. 5년의 지난한 공부 끝에 도착한 교육행정직이 그의 마지막 목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자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고 사서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과제도, 익힐 내용도 많을 터인데 주말에는 또 북페어를 찾아다니며 책을 홍보하기도 한다. 몇 사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명함도 못 내밀겠다.
그럼에도 이분은 늘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게 더욱 놀랍다. 피곤한 날도, 가기 싫은 날도 있을 텐데 모든 걸 떨치고 학교로, 행사장으로 간다. 내가 화요일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케스트라 연습에 가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짐작만 해 본다. 배움 뒤에 있을 사서교사의 꿈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을 것이다.
아직은 너무나 젊은 저자는 처음으로 해보는 게 많다. 외국 여행의 첫 경험이 늦은 편이긴 했지만 앞으로 수없이 많이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인데도 의연하게 잘 다니고, 외국인과도 잘 소통한다. 무엇보다 책에 대한 열정이 그의 걸음을 이끈다. 가장 감동적인 말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함'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배우는 것도, 책을 만드는 것도. 그야말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자세를 몸소 실천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받고 큰 자극을 받은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1년째 묵혀만 두고 있던 내 책 생각이 났다. 편집자님의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계속 기다렸으나, 아무래도 이제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것이다. 대중적인 책은 아니어서 출판사에 보내기 쑥스럽긴 하지만 아이를 낳은 심정으로 세상 빛을 꼭 보게 하고 싶다. 부크크로라도 출간하고 싶다고 했더니 편집자님이 그것보다는 출판사를 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해 주셨다. 이 책을 읽으며 책을 성심성의껏 만드시는 주무관님께도 한번 보여드려 볼까 싶다. 다른 출판사들 문도 두드려 보기로 했다. 편집자님께 허락을 구했으니 이제 내가 발로 뛸 차례다. 조만간 또 다른 책쓰기에도 다시 매진해야겠다.
소진수 주무관님의 행정가, 사서교사, 작가, 사진작가, 출판인으로의 앞길을 무한히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