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생활의 발견>> 가슴 뛰는 독서

와타나베 쇼이치

by Kelly

이 책을 오래전 사 두고 이제야 읽었다. 이렇게 좋은 책인 줄 알았으면 진작 읽었을 텐데 고리타분한 잔소리로만 생각하고 미뤄두었다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에 시큰둥하여 책장을 둘러보던 중 발견했다. 이 책을 읽으니 그동안 미니멀 라이프 실천한다고 버린 수많은 책들이 떠오르면서 지적생활을 위해서는 장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물론 필요 없는 책들을 쌓아두고 자리만 차지하게 하는 건 의미 없다. 사실 나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읽지도 않는 책들이 많다. 과감하게 정리하고, 필요한 책들로 채우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이 어쩌면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린 시절, 주변에 책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은 결과 지금의 그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여러 번 읽게 되는 책이 있다. 주로 글쓰기에 대한 책이나 소설이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이기 때문인 것 같다. 신기한 건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들보다 나에게만 영감을 주는 책이 있다는 것이다.


지적생활을 부르짖는 저자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서양문화학 석사를 얻은 후 독일과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조치대학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했다. 영어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음에도 그의 초창기 영어책 읽기는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주변에서 권해주는 책들이 사실은 자신에게 맞지 않고, 추리소설은 접하기는 쉬우나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음을 깨달은 그는 자기만의 선택 기준을 만들어 가슴 뛰는 책들을 읽었다.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남이 권한다고 무조건 읽기보다 나만의 책을 발견하고 반복해서 읽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겠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추천하는 일이 참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저자는 책이 곧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하였다. 자신만의 고전을 만드는 작업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자신만의 고전이 없다면 진정한 독서가가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전에 읽은 책들 중 다시 골라 읽으며 선택한 책들을 반복해서 읽음으로 나만의 고전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야겠다. (이 책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책은 언제까지 읽어야 할까? 정년 이후 발전하지 않는 사람은 공통적으로 책 읽기를 내려놓음으로(또는 더 이상 배움을 포기함으로) 지적생활을 중단하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저자에 따르면 죽을 때까지 독서와 배움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적생활에는 읽기뿐 아니라 쓰기도 포함된다. 읽고 내 것으로 만들면 다른 이를 위해 내놓기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독서가는 책을 쓴다. 책을 단숨에 쓰던 소세키는 나이가 들면서 정해진 분량만 쓰고 나머지 시간은 시를 쓰거나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위대한 소설가들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량을 썼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쓰고 있는 글이 걸작이 될지, 휴지통으로 향할지 모르는 채로 수많은 시간 책상에서 보냈기 때문에 훌륭한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읽고 쓰는 것을 일로 생각하기보다 숨 쉬듯 습관으로 만들면 글쓰기가 훨씬 편해질 것이다.


책을 읽다가 외부의 자극 없이 집중하는 일이 때로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고성을 즐겨 찾는 이유이다. 집안일이나 가족 식사 고민 없이 하루 종일 책 읽고 글 쓰고, 산책하는 나만의 시간 동안 많은 걸 하고 돌아간다. 가족에게는 조금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되어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무언가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을 받는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데이비드 흄의 일화가 인상적이다. 돈 버는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지적생활에 집중하고자 돈을 아껴 쓰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 가정교사로 일하거나 변호사회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그는 지적생활에 심취하였다. 결국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에게 영향을 미쳤고, <영국사>라는 100년 넘도록 대학 교과서로 사용된 명작을 남겼다. 생업에 매달리면 지적생활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짬을 내어 잠깐씩 발을 담글 수는 있겠지만 지적 샤워를 위해서는 긴 휴가가 필요한 법이다. 그렇다고 직장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결단이다. 서슴없이 이런 결단을 하고, 끊임없이 배움과 집필에 매진한 이들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kZfvBA5J6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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