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인생사용 설명서
한때 이런 종류의 책들을 즐겨 읽었던 적이 있다.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책들이다. 이런 종류의 책만 읽다 보니 질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사실 이런 책은 술술 넘어간다. 나에게는 소설이 더 어려웠다.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물의 이름을 외워야 하고, 각 인물의 특징을 알아야 하고, 한 장면이라도 놓친다면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거나 인물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책은 읽다 덮어 두었다 다시 읽어도 잘 이해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는 참 쉬운 책이다. 단지 실천이 어려울 따름이다.
김홍신 작가는 어렸을 때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던 ‘인간 시장’이라는 소설을 쓴 분이다. 정치권에 몸을 담았던 적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은 후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많은 이력을 가졌지만 결국 다시 작가의 자리로 돌아왔다. 작가이면서 많은 일들을 하고 다시 만년에 본업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왠지 멋지게 느껴진다.
이 책은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사는지, 나는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지, 이 세상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나의 인연은 누구인지, 용서를 하지 않으면 괴로우며 깨달음을 통해 행복에 이르라는 일곱 가지의 조언이다. 많이 들었던 말들도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다. 요즘 반 아이들과 고민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부분이다. 10년 전에 쓴 책에 이미 중국의 야심을 걱정했던 작가는 발해에 대한 책을 썼기 때문에 관심이 컸던 모양이다. 잠깐 살펴보자면 ‘중국은 문화와 영토에 관한 한 블랙홀 같은 나라입니다. 그동안 주변 영토의 흡수, 합병과 문화 침입을 수없이 시도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 옆에 있으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지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 것에 대한 열등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많이 극복한 것 같다) 이런 열등감은 우리 스스로 우리 것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착시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동북공정에 집중하여 우리 역사를 조작하고, 일본은 임나일본부와 독도 소유권을 주장하며 없는 역사조차도 억지로 만들어내는 판인데 말입니다. 나를 알려면 내 선조와 우리 문화, 우리 역사를 바르게 알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73쪽)
역사를 알고, 자신을 알며, 남을 품고 용서하는 삶을 사는 일은 말처럼 실천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언젠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이 나은 것 같다. 이런 책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읽을 필요가 있다. 작가의 ‘인간시장’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