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희망이길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by Kelly

어렸을 때 집에 이 책이 있었다. 몇 번이고 읽었던 책이다. 얼마 전 책 쓰기 연수를 받다가 이 책을 소개해주시는 걸 보고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반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1학기 온 작품 도서로 신청했다가 책이 와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호랑 애벌레는 자신이 태어난 나뭇잎을 갉아먹다가 나무에서 내려와 길을 떠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품에서 자라다 학교라는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이 생각났다. 자신과 비슷하게 기어 다니는 애벌레들을 만났지만 먹는 일에만 몰두하는 그들은 호랑 애벌레와 이야기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마주친 애벌레 떼는 그에게 새로운 호기심을 갖게 했다.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 친구들이 모두 학원 가니까 나도 가는 것, 모두 대학을 가니까 아무 생각 없이 가는 것.. 물론 애벌레 탑 위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허무한 일은 아닐 것이다. 목표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하지만 그게 자신의 뚜렷한 계획이 없이 남들도 하니까, 혹은 누군가 하라고 시키니까 하는 것이 문제 이리라.


그렇지만 내 삶을 돌이켜 보면, 어렸을 때는 혼자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고, 부모님의 권유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그렇게 걸어간 길이 감사한 여정이었음을 고백한다. 적어도 돈과 명예만을 좇아 살아가는 애벌레들의 행진에 꼭 동참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이 행복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그것만을 목표로 하는 삶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호랑 애벌레는 상대를 밟고 올라가는 일에 회의를 느꼈지만 결국 자신도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가 보긴 했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말해 주어도 믿지 않는 다른 애벌레들처럼 돈과 명예만 좇지는 말라는 사람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도 많다. 뒤늦게라도 자신의 본분인 고치를 만들어 나비가 되는 일에 마음을 쏟은 것이 다행이다.


이 책을 다시 읽고 제목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없이 들어왔던 ‘꽃들에게 희망을’ 나비에게 희망을, 이 아닌 꽃들에게 희망이라니. 나비의 사명은 결국 꽃들에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의미가 너무 강력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나비가 되어 훨훨 날며 맛있는 꿀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에 의미를 둔다는 이 책의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든다.


우리도 직장에서, 가정에서 즐거움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 혹은 해야만 하기에 하는 일도 물론 있을 것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 하는 일들이 다른 이에게 피해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되는 것이기를. 내가 다른 이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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