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낯선 동네에 가게 되었다. 일찍 도착했는데 만나기로 한 곳에 주차가 안 되어 근처 스타벅스 건물에 주차를 하고 맛있는 감자 옹심이 메밀국수를 먹고 차로 돌아오는 중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책방 이름에 끌려 들어갔다. 두 분의 손님이 있었는데 한 명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한 명은 책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법처럼 나도 책을 펼쳤다. 박연준 시인의 에세이 두 권이 있어 그중 하나를 살야겠다고 마음에 찜해 두었는데 벽 쪽에 놓인 책을 보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마음을 바꿨다.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수채화와 펜으로 작업한 삽화가 있는 그림 에세이였다. 이번에 연구년 때 끄적인 책을 부크크로 작업해 출간하게 되어 책 상태가 괜찮으면 작년에 써 둔 동화책도 출간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어서 삽화를 그려볼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여서 눈에 띄었나 보다. 연구년 책도 표지를 수채화로 직접 그렸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용기가 생긴 것이다. 사람을 그리는 건 여전히 어려울 것 같아 망설였는데 이 책에 있는 그림들처럼 얼굴을 좀 작게 그린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90%는 그림 때문에 이 책을 골랐다.
저자는 화려하고 멋진 삶보다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낀는, 나랑 닮은 부분이 참 많은 사람이다. 옷장 속 즐겨 입는 옷이 나를 말해 주고, 출근길 브런치 먹는 사람들을 몹시도 부러워하며, 퇴직 후에 머리를 볶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해버릴 수 있는, 그리고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바로 등록해버리는 면이 나와 닮았다.
책이 아주 얇아 글밥이 많지 않고,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귀엽게 엮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들고 다니다 펼치기에 좋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 무엇에 진정한 애정을 가지 수 있을까?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아낄 줄 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내가 가진 작은 것들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알면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나도 희망을 주는 책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