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세상을 위해

남산골 두 기자 (정명섭)

by Kelly

도서관에서 빌렸다. 여행 친구로 데리고 갔다 왔다. 결국 와서 읽긴했지만 이번 여행 친구들은 심혈을 기울여 고른 결과인지 다들 재미있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신문과 기자가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책을 다 읽고 나서 지은이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알기로 첫 신문이 나온 게 구한말이고 첫 한국어 신문은 독립신문으로 모두 1880~90년도에 나왔는데 이 책의 배경은 그보다 훨씬 전인 것 같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신문 기사가 혹시 역사 속 한 페이지를 모티프로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짜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역사에 무지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남산골 김생원은 글만 읽느라 집이 몹시도 가난해 부인의 눈치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지낸다. 그에게는 관수라는 어린 종도 있다. 무엇으로 새경을 주기에 관수는 도망가지 않고 김생원에게 붙어 있었던 것일까? 먹이고 재우기만 한다고 노비로 남아있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가진 것 없는 김생원에게 관수는 보물같은 존재였다. 아들을 먼저 보낸 그는 관수를 아들처럼 여기기도 해 글공부도 하게 했던 것이다.

어느날 둘은 돈벌이를 할 수 있을까 하여 운종가로 간다. 그곳에서 새로이 신문사를 창설한 박춘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글로 써 줄 기자가 될 것을 제안받는다. 운종가에 있는 신문사 건물을 찾아 들어간 김생원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금속활자 인쇄 과정과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신기해한다. 그 장면들은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는 우연이 많은데 여러 사건들을 접하게 되는 것이 정말 우연적인 일들이었다. 작게는 돈이 없어 무료 한증소를 찾는 병자들 이야기부터 고아원에 들어온 양반 자제들을 공공연하게 노비로 파는 관료, 사빙고를 운영하는 악덕 업주, 열악한 환경에서 불을 끄는 멸화군과 급수비자(물을 나르는 노비)들의 죽음,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노비에게 위해를 가하는 양반 등 이야기가 점점 거대해진다. 검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게 아닌 붓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관수에게 조금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칼로 한번에 세상을 뒤흔드는 것보다 오히려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조선시대에 외압에 굴하지 않고 사회를 속속들이 보여주는 기자들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런 언론사가 많아 백성들이 언제고 사회 돌아가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노비제도가 더 일찍 없어졌을 것이고, 우리나라가 일제에 당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언론 신뢰도는 OECD 국가들 중 아주 낮은 쪽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도 등장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외압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에 굴하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김생원처럼 선비 정신으로 진정 참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아지기를, 그리고 그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해지기를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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