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창문

소설 폭죽무덤 (김엄지)

by Kelly

김엄지 작가의 색다른 소설을 읽고 그녀의 작품세계에 매료되어 중고 책을 몇 권 구입했다. 이 책이 그중 한 권이다. 양장본이고, 표지가 정말 예뻐서 받고 기분이 좋아 들고 다니며 가장 먼저 읽었다. 이 책 역시 행갈이를 한 곳들이 있어서인지 책이 좁다. 하지만 모두가 행갈이였던 그전 책에 비하면 이 책은 평범한 문단이 더 많다.


이상의 <날개>를 처음 읽었을 때는 김엄지 작가의 책에서 받은 것보다는 덜하지만 조금 충격적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행동. 하지만 책의 마지막이 궁금해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 김엄지 작가의 책은 그보다 훨씬 강렬하다. 정신 분열 환자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반복, 변주되는 여러 단서들, 벽, 창문, 관자놀이, 개... 그런 상징적인 단어들의 의미를 찾는 것도 이 책의 또 하나의 재미다. 책은 현실과 생각 혹은 꿈의 경계가 모호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겨울 장면처럼 시간 순서가 모두 뒤죽박죽 된 채 섞이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 그다지 화목하지 못했던 엄마와의 관계,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리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팥을 뿌리는 주인공. (여성 작가가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글을 쓴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 결국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여동생과 합의한 후 그는 간간이 요양원을 찾아 엄마와 시간을 보낸다. 여동생과 함께 아는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장면, 카페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며 사람들을 관찰하는 장면, 그러다 강이 보고 싶어 강변으로 내려가는 장면... 이러한 현실 곳곳에 그의 생각과 꿈과 상상이 모호한 경계로 뒤섞여 있다. 그의 기억은 믿을 수 없고, 현실은 기쁨보다는 고통이 많음을 깨닫는다.


책의 뒷부분에 다른 작가가 이 소설을 상세하게 해석해 놓았다. 폭죽과 무덤.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책 제목을 만든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은 이어져 있으며, 그 경계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간다. 명명백백하게 확실한 사건과 사실들도 있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 '뇌피셜'이나 꿈, 혹은 확실치 않은 기억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산다. 사람마다 크게 생각하는 단어나 물건이 있을 수 있다. 미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엄지 작가의 주인공들은 특히나.

얇은 소설이라 읽기에 어렵거나 시간이 걸리지는 않으나 작가의 독특한 묘사와 서사로 독자는 여운 깊은 특이한 여행을 한다. 나는 엄지 작가가 운전하는 또 다른 차를 타고 여행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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