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일 (초록뱀 만화)
도서관에 갔다가 에세이 코너에서 한참 머물렀다. 옆에 만화 코너가 따로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 그리는 일에 관한 만화였다. 대학 시절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어 그림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노년의 시기를 위한 취미생활 중 하나여서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소설가와 맥이 닿는 창작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인지는 모르지만 앞부분 몇 장을 읽다가 빌려와 순식간에 다 보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화가이든 작가이든 배 고픈 무명의 시절이 있다.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참 잘 그려냈다.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을 확실히 꾸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공부보다 그림 그리는 게 더 좋았던 성민은 학창 시절 부모님이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낙서를 즐겼다. 착한 아들이었던 그는 공부도 열심히 했던 모양이다.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미술학원 다니기를 포기하고 공대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 그림의 꿈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였다. 그를 이끌어준 선배와 친구가 있었기에 그는 전과를 하고 꿈에 그리던 미대생이 된다.
현실은 그리 환상적이지 않다. 그림으로 밥을 벌어먹고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작업실을 구하고 그림책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아직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기만 하다. 자신의 뜻대로 하기보다는 출판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그는 점점 그림의 동력을 잃어 간다. 작가든 화가든 우리가 상상하는 작업의 순간들보다 지난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보낸다. 그 부분도 이 책에 참 잘 그려 놓았다. 빨리 돌아오는 월세 날은 그에게 아르바이트를 하게 하였고, 그림 그릴 시간은 빠듯하지만 안정적인 몇 푼의 수입을 얻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그에게 기회가 찾아오게 될까?
만화가이자 작가인 초록뱀님은 현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아빠가 되었다. 화가의 만화는 다른 만화와는 조금 다른 매력이 있다. 그가 쓴 다른 만화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평범하다는 것,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사는 것과 다르게 남다른 삶은 때로 고난과 대가를 요구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극복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갈구하고 노력한다면 어려움에 대비한 훌륭한 결실이 있지 않을까?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그 길을 걷는 동안 남이 선택해준 인생을 사는 것보다는 행복할 것 같다.
작가가 포기하지 않은 것이 대단하다. 부모가 바라듯 남들처럼 양복 입고 출근하는 것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오늘도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모든 것을 극복하고 소중한 이야기들을 세상에 띄워 보내길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