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역사를 가진 월간지 샘터 10월호에 나의 글이 실렸다. 연락이 왔을 때 정말 신기하고 감사했는데 정말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당시에 있었던 아들과의 일을 글로 썼는데 다행히 통과되었고, 사진과 함께 네 페이지에 걸쳐 글이 실렸다. 자녀 수가 잘못 나와 있는 것 빼곤 글의 대부분이 그대로 실렸는데 그도 그럴 것이 글에는 군대에 다녀온 두 명 이야기만 썼으니. 지난달부터 정기구독 중인데 편집자님이 10월호를 세 권이나 더 보내주셨다. 그때 함께 온 책이 바로 이 책 <차와 일상>이다. 티백 세트도 함께 보내주셔서 나도 보답으로 카카오톡 작은 선물을 보내드렸다.
사실 며칠 전 나는 그동안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다기 세트를 모두 버렸다. 쓰레기봉투에 넣으며 다시는 쓸 일이 없겠지, 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차에 작은 관심이 생겨 그때 버린 다기들이 갑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관심 없고 커피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차를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저자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자 소믈리에이자 차문화를 강의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책을 내셨으니 작가도 되겠다. 그녀의 하루는 차로 시작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기만의 시간 확보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고 한다. 쉽지 않았을 텐데. 얼마나 스스로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은 아이들과 아침 차를 함께 마신다고 한다. 자녀 사랑도 각별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차를 즐기고, 가족을 아끼는 훌륭한 청소년이 되었다. 차를 즐기는 청소년이라니, 조금 생소하긴 하지만 적어도 이 집 아이들은 사춘기를 심하게 겪지 않을 것 같다. 차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들이 가족의 보험이자 보약이리라.
책을 읽다가 차 친구인 스콘 만드는 부분이 나와 내가 좋아하는 스콘을 만들어보고 싶어 재료를 사서 구웠다. 오븐도 몇 달 전 버려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더니 한 번에 많이 구울 수 없어 불편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재료를 제대로 갖춰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 오븐을 사야 하는 것일까? 요즘 들어 오븐의 필요성을 느낀다. 몇 번 쓰지 않고 자리만 차지할까 봐 쉽게 들여놓질 못하겠다. 사실 사 먹는 게 더 저렴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차의 종류와 생소하기만 한 이름들이 대거 등장한다. 읽고 바로 잊어버린 이름들이 대부분인데 '백차'라는 이름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나오는 이름들을 검색하다가 대만산 차들을 한 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녹차나 홍차 외에 허브차도 소개되어 있고, 심지어 와인과 섞는 레시피도 있는데 나는 그중 대중적인 페퍼민트와 재스민 차를 좋아하고 앞으로도 즐겨 마실 것 같다. 감기 기운 있을 때나 목이 아플 때 마시는 따뜻한 민트 티는 나에게 약이다. 오래전 중국 여행 가서 사 왔던 둥글게 말린 재스민 차는 잎까지 씹어먹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냥 티백으로 가볍게 즐긴다. 몇 년 전 호주에 한 달 머물렀을 때 호스트 가족이 우린 진한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먹는 걸 보고 커피와는 또 다른 매력에 빠졌던 기억. 이 정도가 나에겐 차의 삶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하동 차밭에 가 보고 싶고, 계속 등장하는 백차도 마셔보고 싶다. 얼마 전에 올케가 보내준 엄청난 드립 커피들을 다 먹어갈 때쯤에나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차도 좋고, 스콘도 좋지만 나에겐 숨 쉴 수 있는 공간적인 여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