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늘은?

세 개의 바늘 (소유정 에세이)

by Kelly

손으로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흥미 있어했던 학창 시절, 수를 놓고 옷을 만드는 가사 시간을 좋아했고, 겨울마다 뜨개질을 했다. 저자의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향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코바늘 뜨기를 했지만 요즘은 시간이 없기도 하고 마음이 동하지 않아 전에 샀던 실들을 박스에 담아 두고만 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다시 꺼내 들지 모르겠다.


사주 풀이하는 분의 조언을 들은 이 책의 저자는 세 개의 바늘을 가지고 있음에 마음을 두고 바늘을 남을 찌르는 일이 아닌 물건을 만들고 글을 쓰는 데 사용하기로 한다. 자수와 뜨개와 평론이다. 서로 전혀 다른 것 같지만 문학이 자수나 뜨개와 닮아 있음을 이야기한다. 나만의 편견일지 모르지만 내 주변에 수를 놓거나 퀼트를 하거나 뜨개질하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하다. 오랜 손끝 노동으로 인해 득도한 것인지 그분들만의 따스함과 사람 향기가 있다. 모르긴 몰라도 저자에게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질 것 같다. 평론가임에도 그녀의 글은 참 따사롭다. 내가 아는 평론가가 많지 않지만 작년엔가 읽은 김현 님의 책에서 그가 평한 적나라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글들은 책으로 인한 푸근한 감성과 함께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소유정 평론가의 글은 무척이나 긍정적이다. 사실 나도 무언가를 볼 때 그 속에서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을 때는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교훈이라도 보려 하고, 영화에서도 그나마 괜찮은 부분을 찾는다. 특히 사람을 볼 때 장점으로 단점을 덮고자 노력한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소감문은 쓰되 평론은 쓰기 어려울 것 같다. 아마도 현직 평론가인 작가는 평론을 쓸 때와는 다른 어투로 이 글들을 썼을 것이다.


글을 쓰는 직업은 그 직업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미지, 혹은 동경의 대상일지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는 무척이나 그렇다. 직업과 아닌 것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도 아마 많을 것이다. 에세이를 쓰는 의사, 소설을 쓰는 약사... 저자에게 세 개의 바늘 중 연필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취미생활이라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돈을 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어떤 바늘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교사용 지시봉, 글 쓰는 연필, 그리고 바이올린 활 정도 될까? 나에게도 교사는 직업이고, 글과 바이올린은 어쩌면 취미생활 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붓이 또 나의 바늘이 될지도 모르겠다. 태권도는 무슨 바늘일까? 주먹 혹은 손날 정도일까, 아니면 발차기하는 다리일까?


글의 내용 중 평론과 닮은 스파이더 웹 로즈 스티치가 인상적이다. 다섯 개의 기둥을 세운 후 거미줄처럼 천이 아닌 실 기둥 사이를 바늘로 왔다 갔다 하며 잦는 것은 반드시 이야기해야 하는 다섯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안에서 시를 혹은 소설을 거르고 다듬어 또 다른 글을 짓는 일과 닮았다. 이런 자수 기법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튼튼한 거미줄을 치기 위해 기둥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미처럼 나도 글을 쓸 때 기둥을 단단히 만들어야겠다는 팁을 얻었다.


저자는 자수뿐 아니라 빵도 굽는다 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콘 만드는 법이 이 책의 말미에 또 소개되어 있었다. 결국 마음에 두었던 미니 오븐을 중고로 아주 저렴하게 구입해 낡디 낡은 토스터 자리에 두었다. 그걸로 몇 개의 스콘을 구울지는 모르겠지만 집안 가득 퍼질 스콘 향을 꿈꾸며 생크림을 사러 간다.


어렸을 적 바늘이 몸속에 들어가면 혈관을 따라다니며 찌른다는 말을 듣고 바늘을 보기만 해도 겁을 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역시 바늘은 유용하기도 하지만 두려움의 존재이기도 하다. 바늘도 칼처럼 잘 사용하면 사람을 살리지만 잘못 사용하면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내가 가진 지시봉, 연필, 바이올린 활(, 그리고 주먹과 붓)을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데 사용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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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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