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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Oct 31. 2021

음악으로 마을을 음악보다 즐겁게

인뮤직 동아리 발표회

  아주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인뮤직 동아리 발표회 날이었다. 너무 멀어서 참가를 망설였는데 출연할 분이 많지 않다고 해서 함께하기로 했다. 무슨 곡을 할까 하다가 인뮤직 내 소규모 모임에서 과제 곡이었던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1악장을 하기로 정하고 연습했다. 올 초엔가 한 번 맞춰본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짬을 내어 되도록 부분 연습을 많이 했다. 확실히 연습이 중요하다. 예전에 잘 안 되던 부분들이 하나씩 해결되니 더 재미있어졌다.


  리허설이 9시 10분이어서 집에서 7시 전에 나갈까 했는데 연습을 조금 하느라 10분쯤 출발했다. 가는데 1시간 40분쯤 걸리는 걸로 나와 설마 그 전엔 도착하겠지 했는데 가다 보니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 불안해졌다. 급기야 편도 1차로 외길에서 복병을 만났다. 왜 이리 못 가고 밀리나 했더니 전방에 지게차가 있었고 그 뒤로 몇 대의 차가 추월도 하지 않고 줄을 서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리허설 시간은 다 되어 가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참 후 지게차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대형 트럭이 나타나 느림보 걸음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산 넘어 산이었다. 심지어 갈라지는 길에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내가 갈 곳으로만 계속 갔다. 어쩔 수 없이 5분 정도 늦어 달려 들어갔더니 아직 연습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분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때부턴 마음이 조금 느긋해졌고, 단체 대화방에서만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누던 분들을 실제로 처음 만나 뵙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사진으로 몇 번 본 적이 있어 바로 한눈에 알아보았는데 그중 한 분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고 누군가, 하는 얼굴로 쳐다보셨다. 감사하게도 생각보다 어려 보인다는 칭찬을 들었다. 우리는 아래층 위층을 오르내리며 삼삼오오 연습을 했다. 연습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노래 반주는 어려울 게 하나도 없어 긴장이 안 되었는데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은 혹시 실수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 나름 시간을 쪼개어 연습을 했는데 손가락이 꼬이면 낭패다 싶었다. 리허설 때보다 선생님들의 반주 소리가 작아 내 소리만 들리는 느낌에 좀 긴장되었지만 다행히 큰 실수는 하지 않고 무사히 끝났다. 하나의 산을 더 넘은 느낌이었다. 다른 분들의 공연도 멋졌다. 다들 바쁘게 살면서 언제 저렇게 연습했나 싶었다.


  끝나고는 소규모 모임(자칭 어벤저스라 한다) 분들과 두부 음식점에서 맛난 식사를 했다. 대화방에서 이야기 나누다 실제로 만나 이야기 나누니 헤어지기 싫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같이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이라 대화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근처 카페로 옮겨 대화 꽃을 피우다 마지막에는 12월에 다시 우리끼리 만나 음악회를 열자고 약속했다. 이번에 하지 못한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2, 3악장을 마저 하기로 한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실 저녁 약속이 또 있어 그 시간 맞춰 일어섰는데 오는 길이 너무나 많이 막혀 세 시간이 넘어 걸리는 바람에 약속에 늦었다. 부부 모임이라 남편이 먼저 가서 식사를 하고 나는 또 카페에 합류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운전을 다섯 시간 하고, 연습하고 연주하느라 몸은 피곤하지만 행복감이 가슴을 가득 채운 뜻깊은 날이다.


* 연주 영상

https://m.blog.naver.com/inmusic_blog/222553525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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