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미니멀 (진민영)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을 수없이 읽었지만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실제적인 이야기라기보다 라이프 철학에 관한 내용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표방하듯 책 자체가 다른 책에 비해 작고 얇고, 내용도 군더더기가 없다. 책은 서가를 채우는 장서보다는 문고판을 지향해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휴대하기 간편하면서도 줄 그으며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물론 나는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과도한 미니멀 라이프는 오히려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매일 만 원의 생활비를 스스로 책정하여 월 생활비 30만 원을 넘기지 않는다는 저자는 자신이 중점을 두는 한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제품을 선호하기도 한다. 특히 몰스킨이라는 수첩을 사는 일인데 글을 자주 쓰고 책을 많이 낸 그녀에게 이 수첩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지닌 셈이다. 나는 한 번도 써 보지 못했던 이 브랜드 제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언제 한 번 매장에 들러 보고 싶다. 나에게도 사치스러운 분야가 있다. 가방이나 옷을 명품이나 비싼 브랜드로 구입한 일은 거의 없지만 배우는 데 투자하는 돈은 아깝지 않다. 나의 몸을 위해 간혹 받는 마사지도 그렇고, 바이올린이나 관련 소모품 사는 일도 그렇다. 아마도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물품을 고집한다면 머지않아 살림이 어려워질 테니까. 다른 데서 돈을 아꼈다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은 하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미니멀 라이프는 환경과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여러 종류의 세제보다 만능 세제 하나만 사용하거나, 샴푸, 린스, 바디샴푸 대신 비누 하나만 쓰는 것인데 여러 번 시도해본 결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 따라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쁜 면 손수건을 들고 다니면 자주 씻는 손을 닦느라 사용하는 휴지를 줄일 수 있겠지? 예쁜 손수건을 접어 가방에 넣고 다니면 기분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집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책이 또 많이 쌓였고, 겨울을 맞아 나의 옷장이 가득 차 옷들끼리 밀접 접촉을 하고 있다. 조만간 날을 잡아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히 버려야겠다. 그렇지만 매일 바르는 갖가지 종류의 로션과 크림은 양보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