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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바이올린 독주회

김진영 바이올린 독주회 관람

by Kelly

용인의 한 학교 연주회의 리허설이 있어 출발하면서 꽃다발을 샀다. 대학원 졸업연주회를 위해 개인적으로 레슨을 1년가량 받았던 선생님의 독주회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배우기 시작했으므로 기초랄 게 없었던 나에게 손 모양부터 활 사용하는 것, 음계, 연습곡, 그리고 곡 읽는 것까지 꼼꼼히 알려주셨던 잊지 못할 은인이다. 멀리 이사 가시고, 나도 졸업 후 다시 콘서바토리에서 레슨을 받느라 그간 연락을 못 드리고 있다가 얼마 전 다른 일로 연락드렸더니 독주회에 초대해 주셨다. 실력이 뛰어나신데 유학의 길보다 우리나라 박사 과정을 택하신 결단이 멋지고, 실력 향상을 위해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자신이 배운 것을 많은 이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삶이 존경스러운 분이다.


용인에서 리허설을 마친 후 앙상블 대표님, 그리고 아드님과 같이 연주회장으로 향했다. 사실 두 분이 이 선생님께 레슨을 받기로 했다. 가는 길이 막혀 오래 걸릴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15분쯤 전에 도착해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내가 내비게이션 보느라 대시보드에 올려둔 핸드폰을 놓고 온 게 생각났다. 백신 확인 때문에 입구에서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유 있던 발걸음은 뜀걸음으로 바뀌었다. 주차장까지 좀 멀었지만 뛰어갔다 오니 시작 1분 전이었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니 곧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첫 곡 놓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다행스러웠다.


첫 곡은 작년에 방영한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주인공이 졸업연주회에서 했던 브람스의 스케르초였다. 선생님께 레슨을 받기만 하고 이분의 실제 연주는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안정적인 연주가 듣기에 정말 편안했다. 다음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이었다. 자주 들리지만 실제 연주를 보는 건 나에게 흔치 않은 일이어서 좋았다. 이 또한 오래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주인공이 자주 연습하던 곡이다. 인터미션 후에는 생상의 ‘론도와 카프리치오소’ 그리고 '프랑크 소나타'가 이어졌다. 사실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이 생상의 곡이다. 선생님께 레슨 받을 때 이 곡을 잠깐 함께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나 어렵게만 느껴졌던 곡을 다음 학기 졸업연주 곡으로 정한 후 요즘 다시 읽으니 그때보다는 쉽게 다가왔다. 그때 선생님과 읽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이 곡을 어렸을 때 암보로 연주했다고 했다. (실제로 악보를 넘길 시간이 없다) 그래서인지 정말 익숙하게 잘 연주하셨다. 프랑크 소나타는 워낙 감미로움과 파워를 함께 가진 곡이어서 듣기에 좋았다. 모든 곡이 끝난 후에도 앙코르 두 곡을 연주하셨는데 처음은 ‘사랑의 인사’ 나중은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였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특히 마지막 곡을 연주하실 때는 눈물이 나올 뻔했다.


끝나고 나오면서 꽃다발을 찾아 얼굴 뵙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서 있었다. 코로나 와중에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 주러 온 것이다. 학생들도 많은 걸 보니 제자들과 부모님인가 보다. 워낙 인품이 좋은 분이셔서 지인들도 시간을 내어 많이들 찾아오신 것 같았다. 내가 레슨 받을 때는 결혼을 준비하던 때였는데 귀여운 아들이 아빠 주위를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세월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함께 간 대표님이 연주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레슨도 도움이 되시길.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독주회 둘을 더 예매했다. 그중 하나는 생상의 ‘론도와 카프리치오소’가 프로그램에 있었다. 많은 분들의 연주를 들으며 같은 곡 다른 느낌을 만나보고 싶었다. 한동안 많이 다니다 코로나 이후 뜸했는데 앞으로 당분간 기회 되는대로 조심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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