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 되신 분

장편소설 '새' (오정희)

by Kelly

도서관 소설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얇은 책인데 장편소설이었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작가인 것 같아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새라는 제목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새장에 갇힌 채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신세를 표현한 게 아닐까?


책을 읽다가 두 권의 다른 책을 떠올렸다. 하나는 은희경의 <새의 노래>이고, 다른 하나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다. 제목에 ‘새’가 들어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의 노래에서도 주인공이 내면이 성숙한 소녀이다. 이 소설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 동생을 돌보는 일찍 철든 누나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시작부터 너무 어려운 상황이어서 조금씩 나아질까 했더니 상상을 초월하는 고난을 겪는다. 자기 앞의 생 마지막 부분이 이 책의 마지막 부분과 이미지가 겹치는 면이 있다. 자기 앞의 생이 유머러스한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은 시종일관 슬프다.


어머니가 도망을 간 후 아버지는 남매를 외할머니 댁에 데려다 놓고 일을 하러 간다. 건축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좋은 분이셨지만 오래 건강하지는 못하셔서 둘은 외숙모 댁에 간다. 외숙모가 너무 힘들어하는 통에 다시 큰아빠 네로 가는데 그곳에서도 사촌들은 학원이다 태권도다 다니는데 비해 겨우 배고픔만 면할 정도로 지낸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남매를 데리고 가겠다고 나타나서 엄마까지 새로 얻었다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어리고 철없는 엄마는 엄마라기보다는 언니 같은 존재였지만 그나마도 아버지가 일하러 간 사이에 집을 나간다.


아이들의 고난은 극에 달한다. 어쩌면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고초를 겪었을까? 작가가 한때 봉사하다 만난 실제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니 같은 하늘 아래 꿈을 잃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지 마음이 아프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 아이들을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나라의 미래라는 아이들이 행복하도록 사각지대 없는 지원과 사랑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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