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Mar 11. 2021

편집인 사랑

난생처음 내 책 - 이경

  출판사로부터 책을 가끔 받는다. 올해 목표가 출간이라는 걸 어떻게 안 건지 출판이나 책에 관한 책들을 보내주시기도 하는데 이 책도 제목만 보고 앞뒤 가릴 것 없이 바로 감사하다는 답신을 보냈다. 이삼 일을 기다려 책을 받았는데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와 표지 그림도, 내지도 마음에 들었다. 출판사 이름마저 예뻤다. 그동안 '난생처음' 시리즈를 출간해 왔다는 걸 알고 나도 '난생처음 바이올린'을 이 출판사에서 출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평범한 직장인,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고졸 사원이지만 그는 젊은 시절부터 글을 써 왔다. 악필인 그에게 키보드와 PC통신은 글쓰기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낯선 여성과의 대화로, 관심 있던 랩 음악에 대한 글로 글쓰기의 지평을 넓히던, 스스로 가방 끈 짧다 여기던 그가 어느 날 한 대학 교수에게서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세이를 쓸 결심을 하게 된다. 이후 한 작가와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첫 소설을 집필한다. 예순여섯 군데의 출판사에 투고를 한 후 출판한 첫 책과 이어 나온 골프 에세이, 그리고 세 번째로 출간한 것이 이 책이다. 유난히 출판인들의 글을 찾아 읽는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듯 그는 출판사 대표나 편집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의 저작을 통해 심리를 파헤쳐 왔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그의 글솜씨가 천재적인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운이 좋은 것인지 길지 않은 기간에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니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본인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요즘 시대에 그의 앞길이 구만리나 다름없다. 앞으로 또 어떤 책들을 줄지어 출간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유머 사이트에 글을 쓰기도 했다는 저자의 글은 웃음을 띠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을 공들여 웃음 코드를 넣었다는 그의 말처럼 앞 장들에 비해 네 번째 장에 웃음의 요소가 많았다. 글을 주로 회사에서 쓴다는 말을 보고 회사에서 알게 되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버지 회사였고,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평생 보장된 직장이긴 하지만 그는 하루빨리 전업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아마 부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글만 써도 먹고살 수 있기를 바랄지 모른다. 글 쓰는 일은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즐거움이기도 하기 때문에 즐거운 일을 매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나 역시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재즈가 흐르는 집 근처 한적한 카페로 향한다. 누가 시킨다고 할 일이 아니니까. 책 읽고 글 쓰는 순간이 기쁨이니까.


  요즘은 블로그를 기반으로 브런치와 클리앙에 글을 쓰고 팟티에 책 리뷰를 녹음해서 올리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우려먹는 방법이긴 하지만 조회 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걸 보는 것도, 가끔 달리는 댓글도 즐거움이다. (이 책을 통해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책 홍보 글도 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책에서든 배우는 게 있다.)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이 고생을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이걸 하지 않으면 또 무엇을 하겠는가? 요즘은 글쓰기와 바이올린 연습으로 나의 여가시간이 채워지고 있다. 원래는 바이올린 연습 모임과 연주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게 일상이었는데 코로나가 나를 두 가지에만 집중하도록 만들고 있다.

  

  저자가 스스로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글 쓰는 솜씨를 보면 많이 배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가방 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차피 평생 배우는 것이 삶인 것을. 대학 졸업 후 책 한 자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보다 매일 책 읽고 글 쓰며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이 더 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저자의 행보가 기대된다. 나도 언젠가는 티라미수더북 출판사와 인연을 맺기를 기도하며 혼자 상상의 이불을 덮고 단꿈을 꾼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느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랑스 문화, 그리고 동물농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