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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r 13. 2021

그럼에도 희망을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사람의 기억력이란... 이 책을 5년 전에 읽고 나름 충격 받고, 블로그에 리뷰를 쓰기까지 했는데, 이번에 인문학 모임에서 이번 달 읽을 책으로 정한 후 다시 읽으면서 생소함을 느꼈습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대략 큼직큼직한 내용들이 조금씩 기억나기 시작했지만 처음 읽는 것에 다르지 않을 정도로 '이런 내용이 있었구나' 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래, 이런 장면이 있었지'하고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어쨌든 다시 읽은 이번 느낌도 너무나 참혹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마리암과 라일라의 이야기가 가슴 저미게 다가왔습니다. 


  다섯 살이었던 마리암은 '하라미(사생아)'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녀는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였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있긴 했습니다. 부자에다 여러 아내를 거느렸습니다. 하지만 결혼이 아닌 혼외자식인 마리암은 아버지의 떳떳한 딸이 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나나와 살며 가끔 오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마리암은 아버지를 찾아갔다 엄마를 잃고 머나먼 카불로 시집을 가게 됩니다. 나이 많은 구두장이인 라시드는 처음에는 친절했으나 아이를 계속 유산하는 마리암을 박대합니다. 


  또 하나의 인물 라일라는 전쟁 통에 사랑하는 타리크와 이별을 하고, 부모님을 폭격으로 잃게 됩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녀는 마리암의 집에서 살게 됩니다. 라시드의 아내가 된 마리암과 라일라는 처음에는 서로 오해하지만 점점 동지애를 키워 갑니다. 


  가장 정점을 이루는 장면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거한 때입니다. 여성에게 너무나 가혹한 법을 만들고 감시하며 여성 혼자서는 외출도 하지 못하게 합니다. 굶주림 끝에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기로 결정한 장면은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책들을 통해 '난민의 나라'로만 알고 있었던 아프가니스탄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의 아들이었던 그는 러시아가 고국을 삼킨 이후 미국으로 망명하여 영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결국 부모님의 바람대로 의사가 됩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 꿈틀대던 작가의 꿈은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렸습니다. 연을 쫒는 소년은 영화화 되었지만 이 책은 영화화 결정 후 결국 제작은 안 되었음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공포영화에 버금가는 가슴이 묵직해지는 이 이야기들을 담아내기 어려웠던 것일까요? 


  1973년부터 2003년까지 30여년에 걸쳐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두 여인의 굴곡 많은 삶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을 보게 합니다. 검색을 하다 작가의 최근작이 한 편 더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지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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