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괴로움

소설 '가해자들' (정소현)

by Kelly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다. 셀프 대출대에서 이 책이 유해도서로 되어 있어 놀랐다. 내용보다는 제목만 보고 ‘가해자’라는 말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자동으로 체크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인 병을 앓는 이가 등장하긴 하지만 내용 중에 잔인하거나 유해한 것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마지막 장면을 보고 유사범죄를 일으킬 것을 걱정해서 이렇게 분류한 것이었을까?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파트 층간(벽간) 소음 문제를 다룬다. 어렸을 때 단독주택에 살면서 아파트 생활을 하는 친구를 부러워한 적이 있다. 추운 겨울날 잠깐 밖으로 나온 그 친구가 반팔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독 단열이 안 되었던 우리 집은 겨울에 입김만 안 나올 뿐이지 방바닥이 아니면 밖인지 안인지 모를 만큼 추웠었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아파트에 살아보니 조심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았다. 특히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발소리가 아래층에 울릴까 노심초사했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층간소음이 크지 않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파트는 지은 지 20년인 복도형 아파트이다. 쿵쿵 소리가 윗집에서 나는지 옆집에서 나는지도 모르게 늘 시끌벅적한 아파트에 하루 종일 머물다 보면 소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좀 과하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고 햇빛 받으면 병이 나는 1111호 여자는 문도 못 열게 하고 유리창은 신문지로 다 막아버렸다. 학교에서 친구들에 시달리던 딸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를 아프게 하고 학교를 그만둔다.


1111호 여자의 위층, 아래층, 옆집 모두 그녀에게는 가해자들이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1111호 여자야말로 악당이다. 아파트 소음으로 불거지는 사건들과 가정 내 불화에 대한 어두운 내용의 이야기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 주인공처럼 심하게 예민한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웃이 맞지 않다면 분쟁하기보다 차라리 이사를 하는 게 낫겠지만 경제적인 면을 생각해 볼 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암담하지만 생각해볼거리를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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