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말

말과 마음 사이 (이서원)

by Kelly

책 정리를 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표지 안쪽에 적힌 메시지를 보고 남편에게 저자가 준 책임을 알았다. 2020년 12월 4일로 적혔으니 받아 두고 2년이 지난 것이다. 메시지 내용이 나에게 주신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을 받고도 2년 동안 언급도 없었으니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싶어 나는 모르는 분이지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병원에서 읽으려고 가져와 하루 만에 읽으며 마음을 드러내는 말이 상대를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할 수 있음을 마음 깊이 다시 새겼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상담하며 오랫동안 가족 사이의 말의 중요성을 생각해 온 저자는 말, 마음, 사이라는 세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내용을 담았다. 같은 말인데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처럼 같은 말이라도 한 글자 차이에 따라 뉘앙스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들으면 차가워지는 냉장고말과 따스해지는 보일러말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냉장고 말로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었을까? 같은 말이어도 따스한 느낌이 들도록 말하는 훈련을 스스로 해야겠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이 정말 끌릴 것 같다. 나는 남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일까? 알면서도 외면하는 사람일까? 다른 건 몰라도 나는 성질이 급한 사람인데 그런 이들은 손해를 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부 맞지만 일부 틀리기도 하지 않을까? 빨리빨리 하다 보면 오류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되도록 습관적인 일들은 빨리 해치우고 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나이 들수록 속도가 느려지긴 하지만 나는 빠른 내가 좋다. 2부에서 명함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이런 사람이야’하고 말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자연인으로의 나 자신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살아가야겠다.


3부 사이에서는 악은 선으로 갚는 게 아니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어떻게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가 있다. 젊은 시절에는 많이 혼내곤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좀 더 품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그렇다고 그런 아이들을 무조건 너그럽게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옳고 그름(정의)은 정확히 알려준 후 용서하는 것이다. 감동을 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늘 가족을 대하고, 학생들을 만나고, 여러 일로 모임도 많은 나는 누구보다도 다른 이에 대한 매너가 중요한 사람이다. 다른 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한 사람이 어찌 남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말과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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