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옷장 (박진영, 신하나)
도서관 사서 추천 도서 코너에서 발견했다. 요즘 한창 관심이 많은 환경을 위한 실천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 같아 바로 데리고 왔다. 코팅되지 않은 표지에 두껍지 않고 표지 그림도 귀여워 마음에 쏙 들었다. 명절 연휴에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기에 좋을 것 같았다. 많은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을 읽었지만 옷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은 처음이다. 이분들은 패션 브랜드에서 동료로 만난 사이였는데 둘 다 비건이기도 하고 지속 가능한 패션에 관심이 많아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인권, 환경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많은 단체들이 여러 활동을 벌여 왔지만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은 다른 것보다 늦게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탁 과정에서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 가루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그걸 먹은 생선을 우리가 먹게 되니 옷의 소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 것이다. 사실 모피에 대한 거부는 과거부터 있었다.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잔인한 행태와 모피를 위해 키우는 도중 탈출한 동물들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부터이다. 아는 분이 모피 염색 업계에 오래 종사하시다 몇 년 전 사양 산업임을 깨닫고 접으셨다. 나도 과거에는 모피나 리얼 가죽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동물의 털로 만든 옷은 입지 않고 무거운 가죽가방 대신 가볍고 세탁도 편한 에코백을 선호하고 있다.
겨울이면 따스하게 입는 울 스웨터나 코트를 위해 양의 몸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털을 깎고 털을 많이 얻기 위해 피부를 쭈글쭈글하게 만든 메리노 종의 항문을 잔인하게 자르고, 고급 섬유인 캐시미어를 얻기 위해 염소를 무분별하게 방목하여 사막화를 가속시켰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저자도 울은 대체제를 찾기 어려워 그건 포기했다고 한다. 겨울이면 울이 많이 섞인 옷을 좋아했는데 조금은 자제하고 싶어졌다.
얼마 전 쇼핑몰을 걷다가 폐 플라스틱을 이용한 소재로 만든 옷 광고를 보았다. 어망이나 그물과 같은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재활용해 만든 소재라는 것이 획기적이었다. 쓸모가 없어 버려져 바다 위에 섬을 이루던 많은 어업 폐기물들이 새로운 물품으로 태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희망적이다.
저렴한 가격의 의류를 대량 생산하여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를 오래 거쳐 왔다. 질 좋고 싼 제품들을 사서 오래 입는 것은 현명한 소비자의 미덕이긴 하다. 하지만 제품을 그렇게 싸게 시장에 내놓기 위해 개발 도상국가들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건 생각지 못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죽음이나 가죽 가공 과정에 사용되는 독한 화학 물질들로 인해 고통 겪는 인도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고려해 본 적이 없었다. 요즘은 많은 회사들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환경도 살리는 일에 뛰어들고 있다. 그 이면에는 먼저 깨인 소비자와 단체들의 노력이 있었다. 완벽한 실천을 하는 소수보다 작은 실천을 하는 다수가 세상을 바꾸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저자의 말(155쪽)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그중 한 명이 되기로 했다. 나는 비건도 아니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겠지만 작은 것 하나부터 바꿔 보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정말 많은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도 쓰고 떼어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여러 번 사용한다.) 다음에 반 아이들과 토론해 보고 싶어 책을 구입했다. 앞으로는 옷뿐 아니라 어떤 제품을 구입할 때 버릴 것까지 생각해 신중히 고르고, 일단 구입한 제품은 아끼며 오래도록 사용해야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2y5TnmUrH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