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성과 노력

호준석 앵커의 원초적 질문

by Kelly

퇴근하는 남편이 이 책을 내밀었다. 오래 좋은 관계를 가진 동료 분께 받았다고 했다. 저자의 메시지와 사인이 있는 책을 바로 들고 읽기 시작했다. TV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앵커인 이분은 기억이 났다. 이분의 이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과거에 비해 뉴스 매체가 워낙 다양해져 TV로 뉴스를 접하는 분들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음식점이나 기차역, 공항 같은 곳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신문이 없어지지 않은 것처럼 아무리 다른 매체가 발달해도 뉴스는 계속될 것이다. 뉴스의 꽃은 앵커라고 말한다. 대본을 읽기만 하는 아나운서와 다르게 앵커는 기자 출신들을 말한다고 알고 있다. 이분은 14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한 후 앵커가 되었다.


책이나 영화의 좋은 점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직업이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오랜 기자와 앵커 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6학년 아이들과 뉴스 만들기 수업을 하면서 앵커의 역할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에 다시 6학년을 하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이 책의 내용을 조금 들려주고 싶다. 기자와 앵커의 차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본문에서도 잠깐 소개된다. 저자는 기자 각자의 시각으로 만든 리포트 내용을 연결하는 사람을 앵커라고 하였다. 앵커를 꿈꾸는 사람들, 새내기 기자나 앵커, 혹은 앵커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어느 직업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앵커에게도 필수 요소가 품성이다. 앵커는 뉴스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인터뷰도 많이 한다. 이때 개인이 아닌 시청자를 대신한다는 걸 마음에 새긴다.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질문을 하고,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을 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나왔다고 해서 지나치게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갈 경우 바로잡는 것도 앵커의 역할이다. 여러 사람이 나오는 경우 특히 그러하다.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 방송을 보는 이들 중에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인지라 자신의 욕망이 개입되기도 한다. 자신이 즐겨 봤던 고교 야구선수 출신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좋아했던 가수를 불러 인터뷰하고 이후로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런 경우 이들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까지 고려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어떤 직업이든 시간이 지나면 연륜이 쌓이기 마련이다. 저자도 초창기에 했던 실수들을 기억한다. 앵커의 외모에 대한 관점이 바뀌기도 했다. 단정하지 못한 앵커를 보느라 뉴스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은 앵커는 너무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면 안 될 것 같다는 것이다. 뉴스 전달자의 입장에서나 인터뷰어의 입장에서나 기사가, 혹은 인터뷰이가 드러나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겸손으로 너무 저자세를 갖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였다. 여러 면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말아야 하는 직업이다.


책을 읽으며 라이브로 뉴스를 진행하는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예능 방송은 수 시간 녹화한 후 편집하여 재미있는 내용만을 추리는데 라이브 인터뷰 같은 경우 주어진 시간 동안 편집 없이 진행이 되므로 그 긴장감이 엄청날 것 같다. 실수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극복할까? 탤런트에 버금가는 앵커, 라이브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들의 삶이 스펙터클 하고도 스릴 넘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면 때문에 앵커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반나절 동안 순식간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 전에 나온 책이라 최근 이슈도 들어 있었다. 역사를 함께 지나는 저자와 우리들은 세상의 변화를 기사를 통해 접하고 인식한다. 같은 일이라도 우리가 쓴 안경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세상이다. 편파적인 방송 보도나 치우친 시각보다 어느 것이 정말 올바른 것인지 가려낼 줄 아는 눈을 갖고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뉴스를 전하는 사명감이 필요할 것 같다. 뉴스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외국의 인터뷰 진행자처럼 좋은 인품(책 말미 추천사에서 볼 수 있음)과 사명감, 그리고 늘 자신의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공부하고 연구하는 저자가 오래 사랑받기를 바란다.




--- 본문 내용 ---


- 대체 어떻게 해야 그릇을 넓힐 수 있나. 우선은 지적인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한다면 어떻게 인터뷰를 할 수 있겠나. 나는 종이 신문을 사랑하는 ‘고전적 지식인’이다. ‘고전적’에 방점이 찍힌 표현이니 ‘지식인이라고 스스로 우기나’ 꾸짖지 마시라. 종이 신문의 지적인 가치는 엄청나다. 우리나라의 주요 일간지 기자는 우리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 수준이다. 이런 사람들이 매일 우리 사회 최고 수준의 취재원들과 치열하게 밀고 당기며, 자기들끼리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내어놓는 지식의 산물이 종이 신문이다. 인터넷 기사 서핑과는 달리 기사의 비중, 순서, 균형을 맞춰 최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정찬처럼 잘 차려 내놓는 것이 종이 신문이다. 매일 종이 신문을 정독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 최고 수준의 지식인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75쪽)


- ‘좋은 사람’은 아닌데 앵커로서의 기교는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본인에게는 유익할지 몰라도 우리 사회에 유익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 ‘본인의 유도’도 장기적 지속성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Character Above All: Ten Presidents from FDR to George Bush’이라는 책이 있다. 미국 역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역대 대통령 10명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성공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품성(character)’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 좋은 사람이 되지 않고서는 좋은 앵커가 될 수 없다. 다른 모든 분야와 직업에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80쪽)


- 조규성은 언변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숨길 수 없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자신과 자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자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 있게 축구하겠다.’는 그의 답변에 감탄이 나왔다. 젊은 시절 유혹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어떻게 인내하고 절제하느냐고 묻자 ‘노는 즐거움보다는 운동을 계획대로 마친 뒤 샤워하는 순간의 쾌감이 더 크다’고 했다. 무릎을 치고 싶었다. 젊은이들의 이런 인고의 순간이 쌓이고 쌓여 국민들에게 큰 행복을 준 것이다.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112쪽)


- 앵커(anchor)는 ‘닻’이라는 뜻이다. 닻은 배와 항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앵커를 왜 닻이라고 부를까? 기사와 시청자를 연결하기도 하고, 기사와 기사를 연결하기도 한다. 뉴스에는 흐름이 있다. 그날 뉴스에서 10개의 리포트를 방송한다고 하자. 10명의 기자들은 각각의 부서와 출입처에서 각자의 시각으로 10개의 리포트를 만든다. 뉴스 편집부서에서는 흐름과 순서 우선순위를 따져서 이 리포트들을 방송한다. 그 흐름을 연결하는 사람이 앵커다. 라디오에서는 1시간에 10곡을 방송한다면 DJ는 사연을 소개하고, 왜 그 사연을 들은 뒤 그 곡을 들려주는지 설명하는 ‘얘기꾼’이다. 앵커도 마찬가지다. (173쪽)


- 나만의 메모를 만들자 : 앵커들이 뉴스특보를 준비할 때 가끔은 2~3일 전부터 대부분은 전날부터, 늦어도 당일 3~4시간 전부터는 공부도 하고 자료도 찾는다. 공부는 수험생처럼 하고 엄청난 분량의 노트도 만들었는데 막상 방송을 보면 ‘저 사람 그렇게 공부하더니, 공부한 게 다 어디로 갔지?’ 싶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A4 한 장 이내에 핵심을 메모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큰 뉴스도 A4 한 장 앞뒤로 채우면 핵심은 다 들어간다. 스튜디오에는 그 한 장 앞뒤로 채우면 핵심은 다 들어간다. 스튜디오에는 그 한 장만 들고 들어가자. 그래야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 ‘혹시나’ 싶어서 신문도 몇 장씩 가져가고, 자료도 많이 뽑아서 들어가 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방송 중에 뭐가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한다. 사실은 A4 한 장도 방송 때 잘 보기 어렵다. 머릿속에 중요 내용들은 정리돼 있어야 한다. 숫자 등 아주 구체적인 데이터를 참고할 때, 또는 다뤄야 하는 아이템들을 상기할 때 참고하는 용도여야 한다. (194쪽)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mf1CAgIrZ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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