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과 독립

루시 (저메이카 킨케이드)

by Kelly

언젠가 라디오를 듣다가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무척이나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이들의 대화 덕분에 내용이 너무 궁금했는데 자주 가던 도서관에 있어 빌려왔었다. 두께도 얇아 금세 읽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책을 열었다. 시작은 평범했다. 아이 돌보는 보모가 되어 집을 떠나 멀리 미국에 온 소녀 루시는 머라이어와 루이스의 집에서 적응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걱정할 정도로 마음씨가 착한 머라이어는 겉 보기엔 너무 완벽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간의 삶에는 종류가 다를 뿐 고통의 무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압제 속에서 살던 루시는 늘 독립된 삶을 꿈꾸어 왔다. 미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자신이 아이들을 돌봐주던 가정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만의 집을 꿈꾼다. 불행을 맞은 머라이어에게 루시의 독립 선언은 청천벽력이었으리라.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혼자 건사해야 했으므로. 하지만 루시는 당장 자신을 생각해야 했다. 쌓인 울분은 불쑥불쑥 나타나고, 생활고로 자신을 팔아넘기다시피 한 부모를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


오랜 식민지배를 받았던 저자의 조국. 독립을 원했던 루시의 모습은 바로 작가 자신의 투영일 수 있겠다. 전작과 같은 소설이 있는데 그건 모국을 떠나기 전까지의 일이 그려져 있고 이 책에는 미국으로 건너온 다음 이야기가 담겨 있어 연작으로 여기는 이도 있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서로 쓰면서 작가는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다시 떠올려 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치료였을 수도, 또 다른 아픔이었을 수도 있지만.


예전에 빌려 읽다 그만두게 된 건 비교적 어린 나이인 루시가 들려주는 성경험에 대한 묘사들 때문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 책을 덮었었다가 이번에 다시 그녀의 삶을 접하게 되면서 왠지 모를 허용적인 마음이 들었다. 모국에서의 괴로웠던 경험들과 반항심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국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 진다. 이번에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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