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책을 검색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들고 다니며 읽기 좋은 정말 얇은 소설이다. 친구 만나러 가는 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표지를 들키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했다. 내용이 어른들 용인 부분이 꽤 있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집착은 주로 연애 관계에서 발생하고, 어른의 연애에는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아니 에르노라는 작가는 자전적인 내용임에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면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생각보다 솔직했다.
연애를 하면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집착의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것마저 없다면 나만의 연인이라는 생각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달라 덜 집착하는 이가 있고 과하게 집착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볼 때 이 책의 주인공은 정도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오래 사귄 남자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긴다면 누구나 배신감을 느끼고 그들의 행적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만약 전혀 그렇지 않다면 진심으로 그 연인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면 꼴도 보기 싫을 것 같은데 주인공은 남자를 계속 만나고 심지어 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한다. 남자는 양다리를 걸친 채 저울질하는 듯 보인다.
집착은 여러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처음에는 상대 여자에 대한 과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는 남자에게 더 이상 얻어낼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그들이 사는 집 앞에 숨어 지켜볼 일이지 그녀는 전화번호를 뒤지고 갖가지 추리를 해 가며 기력을 소진한다. 상할 대로 상한 그녀는 점점 나락으로 빠져 불면의 밤을 보낸 후 결국 그에게 이별을 고한다.
진한 이별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상대의 배신에 의한 것이었다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어떤 이는 답답해하며 주인공에게 툴툴 털고 새 출발 하라고 충고하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책 뒤 옮긴이의 말처럼 경험을 소설로 만들기에 어려운 부분들을 치밀하게 구성하여 극복한 작품인 것 같다. 내면 묘사가 멋진 부분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