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엔가 김형석 교수님이 교회에 오셔서 강의를 하신 적이 있다. 100세가 넘으셨는데도 원고도 없이 한 시간이 넘는 강의를 쉼 없이 이어가시는 총기에 놀랐다. 워낙 강의를 많이 다니셨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학창 시절, 수업 중 톨스토이에 대해 한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읽은 것을 기억하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100년을 살아오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깨닫고 실천하신 덕분이라고 믿는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책을 읽지 못하다가 처음으로 책다운 책을 접한 것이 중학교 2학년이었고 그때 읽은 책이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였다고 한다. 수없이 들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라 조만간 읽을 독서목록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함께 올렸다. 일제강점기에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한 때도 있고, 신사참배 강요에 학업을 중단하기도 하고, 폐교되고 이름이 바뀐 학교에서 일본식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의를 꺾지 않고 일본에 유학을 가기 위해 1년 동안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어렵게 유학을 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다. 파스칼의 팡세를 인상 깊게 읽었다는 그가 대학 생활을 할 때는 니체 붐이 일었다고 한다. 최고의 문장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꼽는 니체는 동양 철학에 뿌리를 둔 쇼펜하우어를 읽고 감명받았다고 한다. 니체가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70여 곡을 작곡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기독교도인 저자는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비롯한 저서들을 읽으며 그의 사상에 심취했다고 한다. 그가 권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과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도 언젠가 읽어 보고 싶다.
독일 관념론의 시작과 끝이라는 칸트와 헤겔, ‘삶의 철학’의 원천인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실증과학의 창시자 콩트, 정신적 자유와 사색을 소중히 여긴 철학자 쾨베르, 베르그송, 딜타이, 미국 실용주의 철학을 정착시킨 제임스, 헤겔, 마르크스, 프랑스혁명을 이끈 볼테르와 루소, 그리고 토인비까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철학자들이 소개된다. 철학자인 저자는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역사에 무지해서도, 목적의식을 가지고 역사를 뜯어 맞추어서도 안됨을 강조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독서가 정신의 성장을 돕고 학문적 성장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독서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독서가 없으면 무지와 힘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 경고한다. 두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을 들며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 독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그 부분을 반 아이들과 나누며 앞으로 고전을 비롯한 양서를 많이 읽기로 함께 다짐했다.
자료를 찾아보다가 국가별 월평균 독서량이 미국(6.6)이나 일본(6.1)에 비해 한국이 월등히 낮아 놀랐다. 2.6권인 중국보다 낮은 0.8권이었다. 한 달에 10권씩 읽는 사람들도 있으니 사실 책을 읽지 않는 이가 생각보다 더 많을지 모른다. 문화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독서량을 늘리고 책 읽기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은 정말 보기 드물다. 식사하는 장면만큼은 아니어도 대중매체에서 책 읽는 멋진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면 사람들의 독서 욕구를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나부터 깊이 있는 독서에 심취해야겠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읽었는데 소장하고 싶어 바로 주문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CCixh2Fg3M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