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택배로 왔다>> 세월 - 정호승

by Kelly

정호승 시인과 함께 여행한 적이 있다. 많은 선생님들과 일본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는데 일정 중 저녁에 시 낭송과 강의를 들었다. 시를 낭송하다 눈물을 훔치시던 감성적인 시인.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기억에 마음이 함께 아련했던 기억이 난다.


이 시집에서도 부모님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10년 전 그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자신 역시 부모님의 뒤를 따를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시집의 뒤쪽에는 자신이 입을 수의나 관에 대한 시들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영원히 살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자신의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은 무언가 다른 의미로 삶을 살아갈 것 같다.


노래로 만들기에 좋다는 정호승 시인의 시는 다른 시에 비해 운율이 있고, 어렵지 않다. 50년 동안 시를 써 오신 분의 내공이 느껴지는 쉽고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시다. 말이 많다고, 말장난을 잘한다고 좋은 시는 아닌 것 같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시어들이 우리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아버지의 기저귀라는 시가 마음에 남는다. 사실 시집을 오래 들고 다니며 읽어도 마지막 장을 덮은 후 한 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 마음속 어디엔가 그의 시어들이 살아 움직이며 덜컥 생각나게 하겠지? 적어도 이 책을 들고 다닌 시간 중에는 시인과 동행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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