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 피겨스
동명의 책을 먼저 읽고 너무 궁금한 마음에 새벽에 일어나 이 영화를 보았다. 실제 인물들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냈을지 기대되었다.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 제작에 대한 내용부터 상당한 분량으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세 여성이 나사에서 함께 근무하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흑인이고 여성이었기에 책잡히지 않으려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모와 태도도 깔끔하게 유지하고자 애썼다.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진 못했지만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책과 영화 동일하다. 사실을 그대로 쓴 책에 비해 영화가 이야기의 재미를 극대화하였다.
뛰어난 계산 실력으로 일자리를 얻은 여성 수학자들이지만 이들에게 인종차별의 벽은 아직 존재하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부당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잘못 대꾸했다가는 경찰에 잡혀갈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세 여성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그들의 천재성을 발휘한다. 메리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고자 백인 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재판을 받아 이기고, 도로시는 사람이 하는 계산을 곧 기계가 하는 시대가 올 것을 알고 컴퓨터 언어를 익힌 후 자신의 부하직원들에게 교육해 부원들을 이끌고 IBM 활용 업무를 보기도 한다. 캐서린은 수학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로켓의 궤도와 대기권 진입을 정확히 계산해 낸다.
영화에서는 이들을 지켜보던 백인들의 다양한 모습도 재미있게 그려진다. 같은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하는 직원, 당신에게 승진은 절대 없다는 태도로 계속 아래로 보는 여직원, 반면 천재성을 알아보고 기회를 주는 상사와 뛰어난 계산력을 믿고 캐서린에게 마지막 좌표 계산을 맡기는 우주비행사... 당시에는 아마도 더 심했을 그들의 차별 어린 시선에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스스럼없이 그녀들을 대하는 이들에게서는 감동을 느꼈다.
당시의 일들을 신파적인 요소가 아닌 유쾌함과 강인함으로 표현해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인종차별뿐 아니라 수학의 위대함, 여성들의 권리, 당시 미국의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