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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pr 19. 2021

외로움이라는 희망

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아주 오랫동안 찔끔찔끔 읽었다. 그래서인지 리뷰를 쓰려고 하니 다른 책들과 섞이기도 하고 앞부분은 잊기도 해서 정확히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오래전 다녀온 여행을 어슴푸레 기억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도 책을 놓지 않고 끝까지 읽은 이유는 읽는 매 순간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여행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결국 책을 사 두었다. 언제든 어디든 펴서 읽기 좋은 책이다. 혼자 있는 게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때 읽으면 위로가 된다.


  한때 작가의 책이 좋아 나오기를 기다려 읽다가 한동안 잊고 지냈다. 얼마 전 저자의 팟캐스트를 듣다가 그를 다시 떠올리고 이 책을 빌리게 된 것이었다. 여행과 사랑에 대한 그간의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 담겨 있다고 그가 말했기 때문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같은 게 있다면 멋진 사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본문 내용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여행지 혹은 일상의 파편들이다. 읽다 지칠 때마다 눈요깃거리와 페이지 터너 역할을 충실히 했다.


  사람을 사랑하고 여행을 사랑하던 그는 이제 조금은 자기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리는 느낌이다. 허기진 사람처럼 여행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던 그는 혼자 있어도 꽉 차고, 때로는 여행도 지겹기도 한 나와 비슷한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 때문일까, 이 책이 그전 책들보다 더 좋았다.


  책을 읽다가 저자가 주인으로 있다는 카페를 발견하고, 지난주일 오후에 잠시 다녀왔다. 그동안 근처에 갔었지만 그 카페는 처음이었다. 이 책을 펴낸출판사 건물 1층에 있었다. 고즈넉한 그곳에는 널찍한 테이블 몇 개가 있었고,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이스커피가 맛있었고, 잔잔한 재즈 음악이 책 읽기에 좋았다. 처음 들어갔을 때 한 테이블에 앉은 남녀 중 한 분이 나를 빤히 쳐다보기에 혹시 저분이 이병률 님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찾아보았다.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저자가 숨 쉬는 장소에 나도 함께 있다는 야릇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7시도 안 되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다. 화장실 들르느라 올라가 보니 책이 많은 서재 같은 곳이 있고, 그 안에서 어떤 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 느낌이 좋은 건물이었다.


  언제부터인가 혼자 여행하는 것이 좋아졌다. 동행이 있으면 있는 대로 즐겁겠지만 혼자 다니면 있고 싶은 곳에 얼마든 있을 수 있고, 떠나고 싶으면 마음대로 떠날 수 있어 좋다. 많은 생각들을 쏟을 수 있고, 나 자신에게만 충실할 수 있는 것도 좋다. 저자도 혼자 여행하기를 권한다.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면 나만의 보물을 발견하기가 더 용이하다. 혼자가 혼자에게 혼자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 책의 조언들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일지도 모른다. 내가 느끼는 것을 독자가 느낀다는 건 저자로서는 무척이나 보람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다 읽고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지만 작가에게는 좋은 독자일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cast/206415

https://youtu.be/IX5C_Z4Z4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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