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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y 05. 2021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발해고 <유득공>

  유득공의 발해고, 아마도 못 들어본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읽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실 나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책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읽어도 어떤 내용인지 모르게 정말 낯설고 생소하다. 오래전 당시의 이름과 지명, 그리고 관직에 대한 기록이니 재미를 위해 읽는다면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존재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유득공은 조선 후기 실학의 유파인 북학파에 속한다. 백탑 동인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와 교유하였으며 규장각 검서관으로 20년 동안 왕실 도서 간행 실무를 보았다.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그곳에서 만난 발해에 관한 역사 기록들 덕분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사회 현실의 문제점 개혁을 위해 자국 역사에 관심을 가졌고, 상대적으로 기록이 적은 발해의 지리와 역사에 주의를 기울였다. 당시 발해를 자국사에 넣을 것인지 주변국으로 넣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주변국으로 인식한 안정복의 <동사강목>이 아닌 자국사로 편입한 이종휘의 <동사>를 통해 발해사 저술을 시도한 것임을 책 앞부분 해제를 읽고 알게 되었다. 이는 스스로 기록을 하지 않았던 발해에 그 원인이 있으며 주변국들의 기록에 의존하다 보니 의견이 분분하다. 유득공이 발해고는 그런 의견들에 선을 긋는 역할을 한 것이다. 초판본 이후 내용을 추가하여 수정본을 내었으며 이 책은 수정본에 따른다.


   책의 발해고는 발해 역대 임금에 대한 고찰인 군고, 신하들의 기록인 신고, 발해의 주요 지리를 적은 지리고가 각 권으로, 그리고 의복 규정이 적힌 직관고와 칙서와 국서를 담은 예문고가 4번째 권으로 들어있다. 부록으로 마한의 종족이었다가 발해가 거란에 격파된 이후 남은 무리를 규합하여 나라를 세운 정한국에 대한 고찰이 짧게 들어있다. 책의 뒷부분 반은 발해고 원문이 실려 있다.


  그동안 자세히 배우지 않았던 발해의 기록을 읽으며 무슨 말인지 어렵긴 하지만 독특한 이름들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 기록을 제대로 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기록한 유득공의 발해고는 한계는 있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의를 지닌다. 조선 시대 실학자들의 나라 사랑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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