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단한 하루 일과 중 이 책은 나에게 제목과 같은 평온을 주었다. 70에 내신 첫 책이라는데 평생 노력하여 그린 작품들과 함께 인생 이야기를 담았으니 자식 같은 그림들을 책을 통해 선보이게 되어 작가 자신에게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덕분에 나 같은 사람도 그녀의 그림을 실컷 감상할 수 있었으니. 한국화 작가라고 되어 있는데 사진으로만 보아서인지 유화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색이 정말 선명하고 터치도 다양하다. 제주도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작품에 담은 작가의 삶이 솔직히 많이 부럽기도 했다. 마당 정원에 앉아 아름답게 자라나는 야자나무와 수많은 식물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을 느껴 왔을까?
동양화과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후학을 양성하던 그녀는 제주에 정착하여 제주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고 있다. 초기에는 동양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채색수묵 기법으로 인물이나 정물을 그렸으나 2000년에 접어들면서 수묵산수에 채색화 기법을 혼용하여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동양화의 확장이자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은 그녀의 시도로 세밀한 정물화나 사진보다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7개의 장으로 나뉘어 키우는 강아지, 마당, 꽃, 바다 등 그동안 그녀가 주로 그려왔던 그림들을 모아두었다. 그림 사이에 간간이 들어있는 글들은 평생을 압축한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이 책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초록이 많다는 것과 바다 그림 때문이다. 푸르른 제주의 정원과 바다를 그림으로나마 보고 있으면 제주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것 같다. 정원을 가진 것만으로도 몹시 부러워서 다시 한번 주택에 사는 꿈을 꾸어 본다. 평생 한 가지 일을 열심히 하고 70이 되어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화가의 부지런함을 본받아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작품이 전시된 곳에서 실물을 관람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