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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pr 24. 2021

최악의 상항에서도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아주 유명한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얼마 전 함께 앙상블 하시는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그동안 다른 책이나 강의에서 수없이 인용되었던 부분들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의학박사이자 철학박사인 유대인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수없이 목격하며 살아남아 여러 저서를 남겼다.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 닥쳐도 유리조각으로라도 면도를 하며 깔끔함을 유지했던 그는 많은 희생 중에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살아남아 당시의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그에 관한 적나라한 이야기들은 더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나마 그 부분을 조금 썼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충격적인 내용이 너무나 많았다.

 

  오래전 학창 시절에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눈물 흘렸던 생각이 난다. 숨어 지내는 것, 수용소에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있는 것, 그중에서도 조금이나마 덜 힘든 일을 하는 것에 감사하며 상대적 행복을 느꼈던 일. 조금 전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동료의 시신을 바라보며 죽을 먹는 무감각.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뒷전으로 한 만행의 결과이다. 사진으로 보는 유대인 학살의 증거들은 너무나 처참하다. 뼈에 가죽만 분은 사람들. 제대로 된 옷을 걸치지도, 신을 신지도 못한 채 벌거벗은 사람들.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아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과 함께 지내고,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한 의학박사이자 철학박사의 이야기가 너무 실감 난다. 그럼에도 처참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럼에도 살아남은 사람들과 당시 함께 지옥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해 애썼던 일들을 읽으면서 존경심이 생겨났다.

 

  곧 풀려나리라는 헛된 희망이 오히려 죽음을 앞당기는 결과를 부르지만 밝은 미래와 목표를 품지 않고는 하루하루 버티기가 어려운 현실을 겪었던 주인공은 동료의 죽음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이유들을 들어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철저히 무시되었는지 증언한다. 어쩌면 그럴 수 있었을까? 자신의 일에 충실했다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받기에는 너무나 비인간적인 학살이었다.

 

  수용소에서도 종이만 보이면 글을 썼을 저자는 이후 ‘로고테라피’라는 새로운 이론을 주창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미래를 꿈꾸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했던 그의 이론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매 순간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으려 애썼던 저자의 숭고함에 감탄했다. 어쩌면 의사라는 것이 그의 안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도 똑같이 수많은 죽음의 문턱을 직면했음을 알 수 있다. 호랑이 굴에 잡혀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불만이 있더라도 감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책이다.


* 블로그 원문

https://m.blog.naver.com/kelly110/22231968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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