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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Apr 18. 2021

팩트와 프레임

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좋은 분의 추천으로 이 책을 만났다. 인간에 대한 예의. 나의 마음속 깊숙이 항상 지니고 싶다고 생각하는 주제다. 제목이 너무 좋아 그분의 추천도서들 중 도서관에서 이 책을 가장 먼저 빌렸다. 제목이 유명한 듯하여 오래된 책인 줄 알았더니 코로나 이야기도 나오는 작년 6월이 초판 발행인 신간이었다. 기자 출신의 저자가 쓴 글이라 그런지 글이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술술 읽히면서도 비판적 사고를 지닌 훌륭한 글이었다. 


  이 책에는 여러 책이나 영화가 등장하는데 공교롭게 몇 편의 영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이미 내가 본 영화여서 이해하기 쉬운 면이 있었다. 영화를 보더라도 사회와 연결 짓는 저자는 기자정신이 투철한 것 같다. 보지 못했던 <트루스>라는 영화를 조만간 만나봐야겠다. 사회의 한 부분을 글로 쓴다는 것, 그로 인한 엄청난 파급 효과가 있다는 것, 게다가 혹시라도 오보일 경우 책임져야 할 어마어마한 뒷감당에 아침이 두렵다는 것이 기자와 신문 방송계 종사자들의 숙명일까? 


  저자는 얼마 한 SNS를 탈퇴했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프레임에 따라 어떤 사건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자신의 의견과 상반된 댓글로 상처를 받기도, 오해를 하기도 한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글은 조심스럽고,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소신껏 발언하고 그로 인한 파급효과를 감당하는 분들을 보면 용감하다는 생각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선입견이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똑같은 사실이 어떤 이에게는 죄악이 되기도, 또 다른 이에게는 누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책 제목과 같이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할 것 같다. 저자의 경험처럼 우리는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 자신도 모르게 소위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할지도 모른다. 나를 남보다 우월하다고 여길 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어떠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더라도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예의는 잊지 않기를, 그런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 본문 내용  ---


- 그때 내 마음을 문장으로 만든다면 아마 이런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여러분이 나아갈 사회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나쁜 일’이 주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스스로를 하찮게 여겨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요. 차라리 불편한 사람이 되십시오. 불편한 사람이 된다는 건 다시 말해서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산다는 뜻입니다. 원칙이 없으면 여러분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도 편하게 느끼겠지요. 원칙을 지키다 보면 여러분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해고되진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오히려 빛나는 경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불편해지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여러분이 그 어려움들을 돌파해내리라 믿습니다.” (200쪽)


- 기자들 사이에 내려오는 노하우 중에 ‘70퍼센트 룰’이라는 게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는 취재한 것의 70퍼센트만 쓰라는 것이다. 나머지 30퍼센트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항의가 들어오거나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취재한 내용을 100퍼센트 기사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120퍼센트, 130퍼센트로 부풀려 쓰는 건?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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