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영화관을 찾았다. 볼까 말까 망설였던 ‘화란’이라는 영화를 예매했다. 영화에서 송중기를 본 적이 있었던가? 어둡고 내내 답답한 영화라는 것을 럽카키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어 그런 줄 알고 보아서인지 재미로 볼 영화는 아니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의미 있게 보았다.
내 주변에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암울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가정의 연규는 재혼으로 생긴 동생 하얀을 괴롭히는 친구의 머리를 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연규가 아저씨라 부르는 새아버지의 폭력에는 벌벌 떨면서도 계속된 폭력이 학습되었던 것일까? 교사의 입장에서 영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힘이 이젠 더 셀지도 모르지만 오랜 세월 맞고 자란 아이는 아버지의 눈빛, 손짓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런 연규를 감싸는 하얀. 티격태격하지만 챙겨줄 이 없는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지하게 된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연규에게는 네덜란드에 이민 가고 싶은 꿈이 있었다. 왜 하필 그곳에 꽂혔을까? 영화의 제목과 관계가 있다. 화란은 네덜란드를 말하는 동시에 재앙과 난리라는 뜻을 지닌다고 한다. 연규가 가고 싶은 화란, 치건이 벗어나고픈 화란. 영화에서는 그것을 동시에 보여준다.
춘천에서 찍었다는 이 영화 속 도시는 암울하다. 춘천에서 찍었지만 춘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벗어나기 어려운 외따로 떨어진 중소도시를 말한다. 이곳을 떠난 적이 없는 연규와 치건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일상에 매몰되어 하루하루 점점 지친다. 발버둥 칠수록 더 빠져드는 늪처럼 말이다.
알코올 중독인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학교에 오래 있다 보니 아이들의 성품은 가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겠다. 가정이 건강해야 아이들이 건강하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사회에서 도울 방법이 없을까? 영화의 마지막이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