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한동안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가 최근작에서 큰 재미를 얻지 못하고 멀리 떠나 있었다. 얼마 전 젊은 북튜버의 책소개 영상을 보다가 하루키의 작품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중 이 좋았다는 이 책을 주문해서 읽어보았다. 남편이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도 책을 구입한 이유 중 하나다.
책 제목을 보고 하루키가 달리기를 좋아해서 취미생활로 한 줄만 알았다. 시작은 정말 그랬다. 그런데 점점 달리기를 하게 될수록 마라톤에 대한 마음이 생겼다. 첫 마라톤의 성과는 좋지 못했지만 그는 이 책을 쓸 당시 스물세 번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고, 트라이애슬론대회에도 수 차례 나갔다. 하루 평균 10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그는 대회를 앞두고 더 많은 훈련을 하기도 하고, 대회를 바로 앞에 두고는 모든 준비는 다 했으니 대회에서 잘 뛰는 상상을 하며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북콘서트를 하루 앞두고 그 준비보다 이 책을 더 열심히 읽으며 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준비는 내가 했지만 청중을 움직이는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하루키는 달리기를 물론 좋아했지만 대회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끝내고는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체력 소모와 방전으로 다시 달리기를 하겠나 싶지만 얼마 안 있어 또 그는 다음 경기를 준비할 마음자세를 갖는다. 그것이 내가 끊임없이 연주를 실패함에도 다시 다음 연주를 계획하는 것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기와 소설 쓰기에 매달린 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그의 고백이 마음이 와닿았다. 나 역시 누군가가 태권도를 하라고 시켰거나 바이올린을 강요했다면 즐겁게 오래 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책 읽기와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음에만 담아 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면 무언가를 얻게 된다. 하루키는 죽을힘을 다해 달린 덕분에 수십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다고 믿는다. 태권도와 바이올린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새로워진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가는 나처럼 말이다.
내 생애 첫 북토크에서 이 책을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조금 소개하느라 책을 들고 갔었는데 아름답고 피아노 잘 치고 책 좋아하시고 사려 깊은 드바로크 사장님이 자신의 책이냐고 물었다. 내가 어제 읽고 가져온 책이라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라고 두 번이나 읽었다고 말씀하셨다. 하루키의 소설도 좋겠지만 그의 모습을 더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에세이가 더 좋은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다시 하나씩 읽어보고 싶어졌다. 읽다 보니 나도 집 근처 천변 산책로를 한 번 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