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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an 07. 2024

<도시인의 월든> 불안은 설렘과 함께 - 박혜윤

고성에 와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둘째 날 북끝 서점에 들렀다 구입했다. 월든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기도 했고, 미국 시골에서 사는 이의 삶이 궁금하기도 했다. 시골에 사는데 왜 도시인의 월든이라고 했을까? 그건 아마도 도시에 사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라 그런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저자의 소박한 삶과는 달리 그녀의 이력은 화려하다. 좋은 대학을 나와 신문기자로 일했다가 미국에서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북서부 작은 마을에 정착한다. 정기적인 임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텃밭에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는 것도 아닌 8년이라는 시간을 살았다. 아마도 때때로 글을 썼을 것이고, 남편은 주당 15시간짜리 일을 하며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식구가 모두 모인 집에서 음식을 늘 해 먹으며 집안일을 간소화하고 물건을 덜 소유한 채 살아간다. 소로의 월든이 그녀에겐 작은 시골집인 것이다.


저자는 소로의 생을 예찬하지만은 않는다. 무엇이든 끈기 있게 하지 않고, 조금 하다 다른 것으로 바꾸는 그의 생이 성공적이었다고만은 볼 수 없다. 월든 호숫가의 삶을 좋아했지만 2년 만에 나오기도 했다. 이런 그의 모순적인 언행을 비웃듯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로가 살았던 삶의 자세를 닮아가고 있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잡았던 것을 놓치더라도 현재에 충실하고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물가가 비싼 미국에서 월 100만 원 좀 넘는 생활비로 산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대부분의 돈은 차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 대의 차로 온 식구가 움직이는 것은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그 덕분에 가족의 인맥을 서로 알아간다. 냉장고 파먹기를 취미로 하고, 아울렛에서 저렴한 식재료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저자가 먼저 썼던 <숲 속의 자본주의자>라는 책에서 아마 그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녀 학원비로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 보통의 가정에 비해 그녀의 교육 방식은 무척 자유롭다.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하게 하고,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며 책 읽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가정에서 아이들은 세상이 말하는 성공만이 행복이 아님을 알게 되지 않을까? 저자가 말한 풍요의 의미가 재미있다. ‘풍요란 내가 나의 것을 축적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를 통해 흘러오고 흘러나가는 그 흐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이 부러워할 만큼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래야 남에게 인정받고 승진도 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의 일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에서 일차적으로 만족하고, 그 후에는 최선이나 최고보다는 내 단점도 함께 수용하면서 적당한 일을 하려고 한다. 어쩐지 이제는 무슨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똑 부러지게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만 않으면 말이다.’(236쪽)


몇 년 전 아이들 유행어 중에 ‘대충 살아’라는 말이 있었던 생각이 난다. 저자가 한동안 살았던 삶은 그야말로 아등바등 최선을 다하는 삶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충 사는 삶’으로 발상의 전환을 이루었다. 그녀의 행복의 크기가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8년 동안 두 번째 스타일의 삶을 살아오며 책까지 두 권을 쓴 이유는 현재에 만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고군분투하던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게 될까? 2년 만에 월든을 나온 소로처럼 말이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아마 저자 자신도 모를 것이다. 대신 그 후의 삶에서마저도 저자는 행복해할 것 같다. 저자는 탐험을 좋아하니까. 이 삶을 권하지 않는다는 에필로그의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하다. ‘탐험을 앞두고 으레 그러하듯, 불안은 설렘과 함께 온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thdLky44rng?si=bVxkjaK-DG5Ml4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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