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도 육아처럼 30
사실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의 총량이란 게 얼마나 커질 수 있을까...
일의 가짓수나 양이 늘어난다기보다 할 만하던 일이 하기 싫어지는 게 문제가 아닐까?
예를 들면 음식물쓰레기가 뒤섞여 초파리알과 벌레가 우글대는 쓰레기봉투 처리하기 같은 일이나 어머니 말벗 되어드리기 같은 일을 거뜬히 해내다가도 어느 순간 딱 하기 싫어지면서 미련 없이 4번-절대 하기 싫은 일로 자리를 바꿔버리는 식이다.
몸이 피곤해서 그럴 땐 쉬면 되는데 미움과 원망으로 마음이 팍팍하게 굳어져서 그럴 때야 쉬어도 소용이 없으니 그저 내 마음을 촉촉하고 말랑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마치 바짝 말라 굳은 찰흙에 물을 붓고 따듯한 온기로 한참을 주무르면 뭐라도 빚을 수 있는 상태가 되듯이... 그래야 어머니를 안쓰럽게 여겨 보살펴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나고 그러면 1번은 아니어도 2, 3번 카테고리 정도로는 옮길 수 있다.
아주 가끔은 어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나 혼자 집으로 향하는 짠한 뒷모습에 마음이 녹기도 하지만 대체로 어머니는 어제나 오늘이나 한결같이 득도의 길로 내 등을 떠미는 분. 휴...
그러니 내가 바뀌는 수밖에 없는데 고맙게도 감동적인 드라마나 영화, 책을 통해 극적인 전환이 가능한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에겐 우러나지 않던 애틋한 감정을 극 중 주인공이나 실화 속 타인의 가족에게는 세상 다정하게 이입하다 못해 눈물 콧물 훌쩍이며 감정과잉으로 치달은 적도 여러 번.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그렇게나마 순해진 마음으로 다시금 어머니를 보듬을 수 있었다. 우리 어머니도 저랬겠구나, 다른 간병인들 보니 내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면서...
예상하고 그 마음을 불러오려고 일부러 노력한 건 아니고 어쩌다가 알게 된 방법인데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번 경험했으니 제법 힘주어 권하게 된다.
눈물 콧물로 씻어 내린 내 마음 창에 부드럽고 따뜻하게 후욱 입김을 불어놓고
'가족애로 안되면 인류애는 어때?'라고 뽀드득뽀드득 선명하게 새겨 넣는 일은 내 의지로 할 수 없음을,
운 좋게 발견한 만능열쇠 하나면 어떤 고난의 문이라도 열어젖히고 탈출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의기양양한 나는 이제 없다.
치매도 육아처럼 30 특별히 더 큰 감동을 받은 작품도 있지만 이모저모 내게 도움이 되었던 작품들이라 차별 없이(^^) 열거했습니다.
**영화&드라마 추천
눈이 부시게/한국드라마
더 파더/영국&프랑스 합작영화/감독 플로리앙 젤러
아무르/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 합작영화/감독 미키엘 하네케
노트북/미국영화/감독 닉 카사베츠
스틸앨리스/미국영화/감독 리처드 글랫저
그대를 사랑합니다/한국영화/감독 추창민
로망/한국영화/감독 이창근
디어 마이 프렌즈/한국드라마
**책 추천
*간병 보호자가 쓴 책
장모님의 예쁜 치매/김철수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윤이재
나는 치매할머니의 보호자입니다/박소현
천일의 순이/김난희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노부토모 나오코
*의사나 전문가 쓴 책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장기중
할매 할배, 요양원 잘못 가면 치매가 더 심해져요/나가오 가즈히로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나가오 가즈히로
뇌과학자의 엄마 치매에 걸리다/온조 아야
치매 노인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오이 겐
치매 그것이 알고 싶다/양영순
치매, 걱정 마/니이미 마사노리
행복한 수다가 치매를 예방한다/신동명
존스 홉킨스 의대 교수의 치매일문일답/피터 V. 라빈스
*만화
헬프맨/쿠사카 리키/학산문화사
웰캄 투 실버라이프/솔녀/naver 웹툰(11화 나, 한양순)
그대를 사랑합니다/강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