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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주 Mar 11. 2024

주간보호센터  보호하기

치매도 육아처럼 37

 합가를 하기 얼마 전, 어머니는 새 주간보호센터로 옮기게 되었다.


 그간 다니던 센터의 규모가 커져 새로 센터를 한 군데 더 열게 되었는데 이동거리나 병세 등을 고려해서 어머니는 새 센터에 배정이 되었다.

 새 센터는 집에서 자동차로 5분 더 가까워지기도 했고 같은 건물에 병원과 약국도 있어서 나로서는 훨씬 편리해졌다.

 공간이 넓어지고 발코니에 제법 규모를 갖춘 정원이 있어서 어머니에게도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낯선 환경이 어머니에겐 독이 될 수 있어서 걱정이 되었는데 센터도 이런 나의 염려를 충분히 헤아리고 있었다.

 센터에서는 어머니와 가깝게 지내던 어르신이 같이 옮기게 될 것이며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선생님들 몇 분도 새 센터에 합류하게 된 것을 알려주며 어머니에게 아주 낯설진 않을 거라고, 안심하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셨다.


 주간보호센터 만세!^^

 이토록 어머니를 극진하게 살피고 도와주는 곳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주간보호센터'라 쓰고 '파라다이스'라 읽는 느낌이랄까?^^

 매일 아침 센터차를 열렬히 기다리는 어머니에게도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센터는 구원의 공간이었다.

 핸드폰 앱을 통해 매일 식사하는 모습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주니 잘 지내고 계심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고, 어머니의 컨디션이나 병세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친절하게 전해 주어 고마웠다. 가끔은 센터차에서 어머니를 내려드리며 그날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잊지 않고 들려주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들어오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러니 나도 센터에 도움이 되는 보호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실천한 사례들을 정리해 본다.


**차량 픽업 시간을 잘 지킨다

 귀가시간은 문제가 없는데 아침 시간에는 어머니의 컨디션에 따라 센터차를 기다리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되도록 다음 어르신 픽업시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고 너무 늦어질 경우는 직접 모시고 갔다.  


**아침저녁 송영하는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 담아 공손히 인사한다

 나의 인사가 작은 보답이 되리라 생각하며 진정 고마운 마음으로 허리 숙여 인사드렸다. 그런데 먼저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오거나 고생이 많다고 위로해 주시는 선생님들께 오히려 힘을 얻을 때가 더  많았다.


**센터의 행사에 적극 참여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보호자가 참석하는 행사는 제한되고 있는데 그전까지는 어버이날이나 생신잔치가 있는 날에는 보호자도 함께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되곤 했다. 행사를 준비한 분들을 응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머니가 어떻게 지내는지 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꼭 참석했다.

 그리고 형편이 되는대로 어르신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드실 간식을 준비해 드렸다. 어머니 어깨가 으쓱해지기를 바라는 사심을 가득 담아 선물 위에 따로 스티커를 붙여서 보내기도 했다.

취향저격 간식은 호두과자와  웨이퍼롤.  예산에 맞춰 준비했다.



**어머니가 센터에서 가져오는 물건들은 잘 챙겨서 되돌려 보낸다

 어머니는 거의 매일 센터소유의 물건을 갖고 오셨다. 풀, 가위, 색연필, 색종이, 컵, 포크, 티슈, 비닐장갑, 턱받이, 그날 만든 작품들... 다른 어르신들이 말려도 강력히 투쟁하여 쟁취한 물건들이라 어머니 모르게 살짝 돌려드려야 했다.

 다시 돌려드릴 때는 깨끗이 닦거나 세탁하고, 실밥이 뜯어지거나 끈이 떨어진 것은 말끔하게 수선해서 보냈다. 일회용 비닐장갑이나 냅킨 같은 소모품들은 각을 맞춰 잘 펴서 돌려드릴 뿐 아니라 한 번씩 새 제품을 사서 보충해 드리기도 했다.

처음엔 작은 물건 한 두 개 가져오시더니 점점 그 양이 늘어나다가 작품을 모조리 가져오신 적도 있다;;;
불경스럽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이 떠올라 후다닥 박스에 잘 포장해서 돌려 드렸다^^;



**센터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어머니가 다니던 센터는 사회적 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법에 따라 보호자가 운영위원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내게 참여를 부탁했다. 그래서 흔쾌히 수락하고 몇 차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1시간이 채 안 되는 다소 형식적인 회의였지만 몰랐던 공익사업내용도 알게 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한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을 보고 신뢰가 한층 두터워졌다.

 한 번은 정말 마음 아픈 사고가 일어났는데, 센터 귀가시간에 어르신 한 분이 나가는 것을 미처 막지 못해서 결국 그분을 찾지 못하게 된 일이다.ㅜㅜ

 CCTV로 확인해 보니 2분 남짓의 짧은 순간에 벌어진 사고였다는데 결과는 너무 참담했다.

 그분이 우리 어머니였다면 어땠을까...

 같은 보호자의 입장에서 실종 사고는 어쩌면 사망 사고보다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하루빨리 찾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던 어느 날, 센터장님께 전화를 받았다. 그 사고로 운영정지 처벌을 받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면 몇 개월이 될지 모르는 시간 동안 어르신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낯선 센터로 가야 하고 종사자들의 생계도 막막하다며 법원에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써달라고 어렵게 말씀하셔서 그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실수를 자책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선생님들을 위로하고 싶었고 그 사고로 인해 그동안의 정성과 수고까지 모두 허사가 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진심을 담아 탄원서를 써드렸는데 선고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센터장님이 읽고 눈물을 흘렸다며 고마워했고 선생님들에게도 공유했다고 하셔서 내 마음은 가 닿은 것 같았다. 중대한 사고였던 만큼 센터는 일정 기간 운영정지 처분을 받았고 어르신들을 다른 센터로 옮기는 일을 책임 있게 처리해 주었다. 어머니는 원래 다니던 센터에 다니게 되어 한결 다행스러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 사건을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눈물이 맺힌다.ㅜㅜ

 그 후, 심기일전하여 운영을 재개한 센터는 변함없는 정성으로 어머니를 돌보아 주었다.




  2017년, 어머니가 장기요양등급을 받고 처음 주간보호센터를 찾을 때만 해도 몇 군데 되지 않던 주간보호센터가 지금은 곳곳에 많이 생겨났다. 형형색색의 광고문구를 부착하고 아파트에 드나들며 어르신을 태우는 센터차량을 보면 자연스레 눈길이 가고,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거기에 타고 계신 분들의 안녕을 기원하게 된다.

 종종 노인시설이나 센터에서 자행되는 노인학대나 부실운영 뉴스를 접할 때면 나도 공분하게 되지만 일부 잘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파라다이스를 제공하는 대다수 종사자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분들도 보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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